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르면서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브레이크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운전자가 과실을 벗어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지만, 블랙박스 영상이 공식적인 증거로 인정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씨는 최근 지인의 추천을 받아 브레이크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최근 잇따르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 혹시 자신의 차량에서도 급발진 사고가 일어날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는 급발진 사고를 입증할 방법이 전무하다시피 해 자기 방어 차원에서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울산의 한 블랙박스 설치점 관계자는 “서울시청역 사고 이후 페달 블랙박스 문의 전화가 40~50% 이상 증가했다. 설치 역시 평소보다 10~15% 증가하는 등 운전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며 “만약을 위해서라 설치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차량 신고 건수는 지난 2021년 39건, 2022년 15건, 지난해 24건, 올해 6월까지 3건이다. 15년간 총 793건의 급발진 의심 차량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으로 인정된 건수는 전무하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상 급발진 증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비전문가인 운전자들이 급발진을 입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급발진 관련 차량 증거 자료 대부분을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어 운전자들은 입증 자료에 대한 접근조차 어렵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2022년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인 ‘도현이 사건’ 이후 급발진 사고 증명 책임을 제조사가 지게 하는 일명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안을 여야가 함께 발의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계의 영향을 고려하는 사이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자기 방어 차원에서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판례 등 공식적 판단 자료가 없기에 (급발진 증명) 판단이 어렵다”며 “급가속 상황 발생 시 양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가 줄지 않는다면 기어를 중립으로 변환하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를 작동시켜야 한다. 껏다 켰다를 반복하지 말고 계속 작동시켜야 속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