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 1만원 시대를 맞이한다. 최저임금 인상 폭(1.7%)은 역대 두 번째로 작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1만원선을 넘어섰다는 상징적인 의의가 더 크다.
노사 모두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 결과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고래 싸움(최저임금)에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의 등은 더 곪아 터지게 됐다. 업계의 업종별 지급 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도입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은 ‘더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부담스럽다’는 경영계가 인상 폭을 놓고 ‘힘겨루기’만 하다가 결국 공익위원의 안이 최종 결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인상 폭 결정보다는 소모적인 논쟁 끝에 나온 중재자안의 최종 결정에 노사 모두 ‘불만’을 표출하는 기형적인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노사 모두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최저임금을 ‘치킨게임’ 하듯이 계속 올린다면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데 있다. 고매출, 고임금 구조인 대기업과 중견 기업계는 최저임금 임금인상의 폭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경계선’에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는 소폭 인상에도 ‘나비효과’가 되어 경영과 고용 사정 모두 나빠질게 불보듯 뻔하다.
이런 연유로 소상공인 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나 홀로 경영’ 강요하며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소기업계도 다가올 또 한차례 충격파에 걱정이 태산이다. 거의 태반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체는 8만여 곳이 넘으며 지역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최저임금위는 이번에도 최저임금 업종 구분 적용 안을 부결시켰다. 지급 능력을 고려한 업종별 구분 적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억대 연봉을 주는 대형 제조 사업장과 몇 명의 종업원을 둔 사업자의 ‘지불능력’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크다. 체급이 다른 뱁새와 황새를 최저임금 테이블에 함께 올려놓고 심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노사가 공생할 수 있는 경영·고용 환경에 부합하는 최저임금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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