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성소수자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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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성소수자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판결
  • 경상일보
  • 승인 2024.08.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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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성소수자를 둘러싼 중요한 두 가지 쟁점은, 가족관계부 상으로 성전환을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동성의 부부에게도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와 의무를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전자의 쟁점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6년 6월22일 최초로 태어날 때의 성을 변경하는 호적정정을 허락하는 결정을 했다(현재는 호적이 가족관관계부로 변경되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살아왔고 성전환 수술까지 받은 사람이 호적에 기재된 여성을 남성으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한 호적정정 신청에 대해, 사람의 성은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호적정정을 허락해 준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결정에서 성전환을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아서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적 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이나 남미 등지의 많은 나라는 성전환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성전환 위한 신체적 조건을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성전환을 위해 신체를 훼손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조금 뒤처져 있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 없이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성전환을 인정하게 되면 그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화장실, 탈의실, 목욕탕, 교도소, 군대 등 곳곳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심지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성전환자들도 다른 성의 성기를 갖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외형 변경 없는 성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필자 역시 외형 변화 없는 성전환은 찬성하기가 쉽지 않다.

성소수자에 대한 두 번째 중요한 판결은 지난 7월18일에 있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소씨는 같은 남성인 배우자와 2017년부터 함께 살아 왔고, 2019년 5월 300여명의 하객을 모셔놓고 결혼식을 올렸다. 소씨는 직장인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올려서 의료보험혜택을 주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소씨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소씨가 패소했다. 현행법 체계상 동성 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혼인이란 우리 법상 여전히 남녀의 결합”이라고 한 것이다. 소씨는 1심 판결 후 항소를 하면서, “저희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헌신하는,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동반자입니다. 저희의 관계를 인정받는 그날까지 싸우겠습니다”고 하였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씨의 청구를 인용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항소심 판결을 지지했다. 다만, 대법원의 다수의견도 동성 부부를 부부로서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의료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은 민법이나 가족법의 배우자와는 달리,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라고 하면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충의견은 차라리 동성 부부도 부부로 인정하고, 그 연장선에서 의료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자고 하였다. 동성 부부라도 서로 배우자로 평생을 살겠다고 하면서 부부처럼 공동생활을 한다면, 이성의 사실혼 부부에게 인정하는 권리의무를 그냥 인정해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크게 다투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 혼인을 합법화한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7개국이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를 받아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33건의 동성 부부가 혼인신고를 했다가 반려처분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는 그런 반려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다음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아무래도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에 대한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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