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처법 피해 대다수는 중소건설사의 몫, 자구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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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중처법 피해 대다수는 중소건설사의 몫, 자구책이 필요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08.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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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 2년, 현재까지 검찰의 기소 건수는 40건이며 이 중 재판으로 이어진 건 17건이다. 특히, 검찰의 기소 40건 중 대기업은 삼표산업 1건이 유일하다. 중처법으로 인한 피해는 고소란히 중소기업의 몫이라는 얘기다.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본사에 안전 전담 조직을 갖고 있을 뿐더러 설사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로펌의 지원을 받다보니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안전관리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다.

중처법 시행 2년을 넘기고 있지만 중대산업재해 발생건수(530건) 대비 재판으로 넘겨진 건이 불과 40여 건 밖에 안되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의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형 로펌들은 해당기업과 턴키방식으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방대한 의견서를 제출해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지연시킨다고 한다. 대기업은 대부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대형 로펌들의 활약 덕분에 대기업의 중대재해 건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을 거쳐 재판까지 넘겨지는 기간이 2년 이상으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처법이 유명무실 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바짝 긴장했던 사업주들이 굳이 중처법 체계구축 이행을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2일 울산광역시 북구 소재 OO 건설 창고에서 건축자재를 지게차로 트럭에 상차하던 중, 자재가 떨어지며 인근에 있던 작업자가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필자는 해당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고 한달 여 동안 중처법 체계 구축 컨설팅을 수행했다.

해당 업체는 비계설치해체 전문업체로 본사에 사업주와 여직원 등 2명이 상주하고 있는 영세 소규모 업체다. 사업주는 50대 초반으로 영업에서부터 비계설치해체까지 1인 3역을 수행한다. 당연히 안전을 챙길 여력이 없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대기업들과는 달리 거의 무방비 상태다. 안전증빙 서류가 없다 보니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진다. 뒤늦게 전문기관 도움을 받아 중처법 체계구축 매뉴얼을 작성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한다. 유족과 합의도 봐야하고 사고수습도 해야 한다. 작업중지해제위원회에 참석해 발표도 해야 한다. 작업중지를 푸는데 족히 2개월은 걸린다.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따라 조치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필자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해당업체에 대한 중처법 안전 컨설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사고수습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중처법 체계 구축에 대해 최소한의 대비만 했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다는데 아쉬움이 크다. 해당업체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중소 건설사의 경우 사망사고로 인한 피해는 가히 상상 이상이다. 작업중지(1~3개월)로 인한 손실비용은 심각하다. 중처법 위반으로 인한 수천만원의 벌금(1억5000만원까지), 유족과의 합의금, 중처법 체계구축 비용, 안전조치 비용 등 일단 사망사고가 발생했다하면 그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다.

중처법 체계구축은 매뉴얼만 잘 만들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핵심이다. 중처법 증빙 서류를 작성하고 보존해야 한다. 사망사고 발생시 증빙서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중처법 체계 구축의 핵심은 본사 전담자에 있다. 담당자가 중처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만 비로소 중처법 체계가 작동된다. 본사 전담자 양성은 중처법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일종의 보험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중처법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 자구책이 전담자 양성이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중처법 전담자를 양성해보자. 지속적인 교육만이 답이다.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사업주의 안전에 대한 관심의 문제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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