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첨단산업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아연, 연, 동 등 기초금속과 금, 은 등 귀금속뿐 아니라 인듐, 비스무트, 안티모니 등 희소금속 종합제련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지난 2022년 기준 자동차·전자 부품 등에 들어가는 아연 생산량은 64만67t, 자동차 및 산업용 배터리 등에 활용되는 연 생산량은 41만4432t으로 집계됐다. 동 생산량은 2만6419t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자원순환, 이차전지 소재를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내세워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국내 배터리·완성차 업체와 공급망 협업도 진행 중이다. LG화학과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지었고, 한화와 현대차그룹과는 이차전지 소재 확보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차전지를 안보·전략 자산의 핵심으로 보고, 이차전지 공급망 한 축을 담당하는 고려아연의 역할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 기공식에 참석해 “이차전지 원재료 확보와 가공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때에 국내에서 양극재의 핵심광물인 고순도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의미가 매우 크며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의 안정화·자립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과 켐코는 니켈 제련소 건설에 563억원을 투자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니켈이 함유된 고순도 황산니켈을 제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풍그룹이 재계서열 30위권 안팎이고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주력 계열사에 불과하지만, 이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 것은 국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고려아연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9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세운 미션을 거론하며 “다양한 원료 및 에너지원을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필요한 형태의 소재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고려아연의 미션”이라며 “MBK라는 거대 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겠지만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서로 의지하고 각자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고 했다.
전날에는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자원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국내 토종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 산업의 토대인 비철금속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1위 기업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미래전략 산업인 이차전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자본과 중국 기업들에 종속되지 않도록 국내 자본과 기술 독립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전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 핵심 자산을 빼앗기게 된다’는 울산 정치권의 우려에 대해 “전혀 그럴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에 대해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은 장치산업이고 노동자 한 명, 한 명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지식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회사”라며 “1인당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한테 구조조정을 해서 무슨 득을 보겠나. 그분들이 가진 숙련도와 오래된 기술,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