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철 음식은 그 시기에 가장 적합한 기도와 습도에서 자라나 영양분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입맛을 돋워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는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담은 최고의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이맘때 제철 음식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 가을철 하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가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전어는 맛도 맛이지만 그 영양 또한 상당해서 면역력이 약해지는 환절기에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 만점의 식품이다.
그런데 올 가을 전어철에는 크게 줄어든 어획량 탓에 맛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상기온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기후플레이션(기후변화+인플레이션)이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에 이어 피시플레이션(수산+인플레이션)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10월 2주차 전어(1㎏)의 평균 도매가격은 1년전 보다 183.9% 올랐다. 비단, 전어만이 아니라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 전 품목 사정이 좋지않다. 국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평균 151만t 수준에서 2020년대에는 93만t으로 계속 감소 추세이다. 어종별로는 살오징어의 어획량이 2010년대부터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이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 전갱이, 삼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 가격 상승 행렬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표층 해수면온도의 상승이 배경을 두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를 보면, 56년간(1968~2023년) 전 지구 표층 수온이 0.7℃ 오를 때,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 상승하며 관측 구역 중 해양온난화가 가장 심각했다. 우리나라 해역 중에서도 동해 표층 수온 상승 폭이 1.9℃로 가장 컸고, 서해 1.27℃, 남해 1.15℃ 순으로 나타났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연안수온 1℃ 상승은 육상 기온 5℃ 이상에 맞먹는 변화로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업 피해는 최근 13년간(2011~2023년) 1947억원 규모로, 전체 양식어업 피해의 60%를 차지했다.
고수온으로 인해 생산 어종이 변하고 어획량이 줄면 수산업에도 큰 타격을 준다. 생산 어종에 따라 선박 시스템을 바꾸고 포획 기술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회귀성 어종을 잡으려면 연근해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국내 어업 생산성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산물의 수급불안과 소비가 물가상승을 우려해 수산물 수입량을 늘려버리면 식량 안보에 차질이 생기기에, 이 또한 쉬운 결정은 아니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라 바다는 더 달궈질 것이다. 정부는 이상 기후에 대응하도록 바다 환경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기후변화를 고려한 수산 자원 평가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주요 어종별 분포·자원량 변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수산 자원 관리가 필요하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