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에너지 허브 핵심 사업인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이 마침내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2008년 처음 울산사업이 추진된 이후 16년여 만이다. 이 시설은 국내 최초로 가동하는 석유와 가스 저장시설이 공존하는 복합에너지터미널 시설로, 우리나라 석유 안보 확보 및 석유 수급 안정화 및 LNG 등 친환경 에너지 도입 등 동북아 에너지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공사와 SK가스가 합작해 14일 준공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은 총 440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복합 에너지 저장시설이다. 270만배럴 규모의 가스 저장시설은 울산 지역 소재 국내 기업의 신규 발전용·산업용 연료 등으로 공급되고, 170만배럴 규모의 석유 저장시설은 해외 트레이더사의 석유제품 트레이딩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정부가 울산신항 건설을 토대로 싱가포르항와 같은 세계 4대 에너지 허브로 키우겠다는 당초 동북아 에너지 허브의 꿈은 멀어졌다. 4대 중점 추진 과제 중 상업용 저장시설 확충과 석유 거래 규제 완화를 제외한 석유 트레이더 유치, 석유 거래 금융 인프라 구축 과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ESPO(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울산항에 대규모 석유 거래 시장을 개설하려던 계획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러 관계 악화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 또 선·현물 석유 거래소를 개설해 트레이딩, 물류 서비스, 금융이 활성화해 울산이 동북아 에너지 물류 및 금융거래의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물거품이 됐다. 현재는 국제 트레이더들이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석유제품을 블렌딩에 활용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울산발전연구원은 지난 2010년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시 총 44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36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바 있다. 오일허브 사업이 그동안 수차례 공기를 연장해 상업운전에 이르렀지만, 이같은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항을 에너지 허브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꿈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부는 석유 트레이더 유치와 석유 거래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시와 울산항만공사는 지역이 가진 강점을 살려 석유와 LNG,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특화 항만’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울산항의 미래는 곧 산업 도시 울산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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