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서너시가 되면 출출하다. 과자 등 몇몇 주전부리를 먹어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며칠 전에도 출출하던 차에 뜻밖의 귀한 선물을 받았다. 울산농협본부가 만들어 보낸 떡이었다. 포장지 안에 든 오방색의 백설기와 절편이었다. 떡에서 찰기와 윤기가 흘러넘쳤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포장지를 뜯고 먹어보니 과연 맛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두 조각을 먹었을 뿐인데 포만감이 충만했다. 햅쌀이라 그런지 더 맛났다. ‘가성비 갑’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떡 포장지에는 ‘청렴·화합’의 떡이라 적혀있었고, ‘울산사랑 울산쌀 소비촉진’이라는 말도 덧붙여 있었다.
앞서 지난달 울산농협본부 주관으로 시청 마당에서 지역 곳곳에서 생산된 쌀과 시청 논정원에서 수확된 ‘청렴미(淸廉米)’를 하나로 섞어 ‘화합미(和合米)’를 만드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화합미가 떡의 재료였다.
울산이 산업수도로 명성을 얻으면서 농업 기반이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제법 있다. 울산시민 가운데서도 젊은 층은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공업화와 산업화 이전에 울산은 농수축산업을 모두 갖춘 지역이었다.
염전이 유명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도 현실이다. 염포염전과 마채염전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었다. 최고의 품질에 걸맞은 최고의 가격을 보장받았다. 덕분에 염전 일꾼들은 다른 농사꾼들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다고 한다.
봉계와 언양 등의 한우는 지금도 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울산 한우로 만든 떡갈비는 다른 지역 떡갈비와 비교 불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서생과 강동의 미역 등의 수산물도 여전히 경쟁력이 높은 특산품이다. 미역은 임금님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을 정도다.
울주군과 북구에서 생산되는 쌀도 다른 지역 쌀과 비교해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다. 다만, 공업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공해와 오염이라는 오명 때문에 낮게 취급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울산이 생태와 정원이라는 친환경 도시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울산의 농수축산물이 인기와 명성을 회복하고 나섰다.
김두겸 시장은 화합미 행사에서 “울산에는 두 개의 쌀이 있다”며 “하나는 산업의 쌀이고, 하나는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시장은 “아무리 산업화되더라도 농촌만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울산의 농수축산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행정력을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필자도 농수축산인들이 모이는 행사장에 가면 김 시장과 같은 기조의 내용을 말한다. 화학산업은 물론 자동차와 조선, 그리고 수소와 바이오산업 등 다양한 산업의 쌀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식량 자원화 및 무기화 시대에 걸맞게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적어도 울산시민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이라 해도 우리의 주식은 앞으로도 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은 시인은 ‘아버지’라는 시에서 ‘아이들 입에 밥알 들어가는 것이 극락이구나’라고 쌀을 예찬했다.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노래가 있을 만큼 한국인에게 쌀은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쌀독에서 인심도 나고 밥심이 모든 힘의 원천이다. 먹을거리가 다양해져 쌀의 위치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쌀은 쌀이다.
필자와 울산시의회는 울산의 농축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례를 제·개정하고 집행부와 함께 정책을 발굴하고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울산의 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면, 울산의 먹을거리가 시민의 풍요로운 삶에 건강한 윤기와 찰기가 넘치도록 만들겠다.
김종섭 울산시의회 의장 직무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