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가 이렇게 간다.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해였다. 웃음이 끊이지 않을 때도, 힘에 부칠 때도 많았다. 그래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명랑하면서 지혜롭게 살고자 노력했다. 시간이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울산 교육계의 시계도 빠르게 돌아갔다. 다가오는 2025년은 교육 대전환의 시대가 될 게 분명했다. 울산시교육청은 모든 행정력을 투입했다.
실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부터 실물 교과서가 공개되기까지 험난한 길이었다. 변화가 많으면 고통은 배로 따른다고 해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졸속 행정,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친구와 교사의 눈과 입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게 아니라 화면에만 몰두해야 하는 수업 시스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천창수 교육감도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과 관련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교육감이 오래 전부터 우려를 표명했고, 단계적 도입과 속도 조절을 교육부에 공식 요청했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이런 우여곡절 속 교육계는 여전히 방황의 길을 걷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면서 교과서로 쓰일지, 참고서로 쓰일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1년 내내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해 떠든 결과가 고작 이뿐이라는 사실에 허탈함이 밀려온다. 혼란함과 막막함은 오롯이 교육주체들의 몫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더라도 학교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도별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자율 활용함에 따라 생기는 지역 격차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지역 격차 해소가 시급한 것도 맞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현실을 보다 고려한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 이상 책상에만 앉아서 현실은 알지도 못한다는 비판을 자라나는 학생들로부터 받을 수 없는 노릇이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도량발호’(跳梁跋扈)였다.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는 뜻이다. 최근 불안정한 시국에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 시민 모두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 진심이다.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