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 울산 최초의 철근콘크리트 교량인 구 삼호교가 무너졌다. 최근 무지개색 난간 도색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구조물 자체가 일부 붕괴되는 참담한 사건이다. 이번 사고는 단지 오래된 다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울산이 산업화의 전진기지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흔적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해왔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역사적 성찰의 계기다.
구 삼호교는 1924년 일제강점기 건설돼 100년 넘게 태화강을 가로지르며 울산의 도시화와 산업화를 함께해온 근대유산이다.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시민 산책로로도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집중호우 뒤 지난 20일 저녁, 상판이 주저앉고 기둥이 기울어 내려앉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구조물은 이달 초 도색 변경으로 문화재청 시정명령을 받고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그 사이 구조물은 방치됐고, 결국 이런 사태로 이어졌다.
울산의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난 셈이다. 제도, 행정, 인식이 모두 제자리를 잡지 못한 사이, 근대유산은 스스로 생명을 잃었다. 더구나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1960년대 시청사로 쓰였던 울산읍사무소는 1995년 주차장 확보를 이유로 철거됐고,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인 삼일회관을 비롯해 구 방송통신대학·기상대 건물 등도 재개발 압력에 흔들리고 있다. 2003년 울산대 도시건축연구소 조사 결과 울산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분류될만한 건축물이 166건에 달하지만, 이 중 보존 가치나 활용 가능성, 소유권 등으로 인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산업화 시대를 지탱한 근대유산이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계속 사라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건조차 관리가 부실하다는 사실이다.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행정 절차는 제각각이며, 안전 진단은 형식적이다. 관리 부재로 대부분의 문화재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침하된 구 삼호교 역시 문화재청 허가 없이 도색이 변경됐고, 공사 중단 후 구조점검조차 없었다. 문화유산 행정의 무능과 시스템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앞으로 구 삼호교 복원, 철거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울산이 문화유산을 어떤 관점과 구조로 다룰지에 대한 의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울산은 문화재 관리의 구조를 점검하고, 보존과 활용이 공존하는 도시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도시의 기억은 곧 그 도시의 정체성이며,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계승할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