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2.4% 오르며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울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상승률은 2.5%로 전국 평균을 소폭 웃돌았다. 수치상으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교육비·보험료·석유류 등 고정지출 항목의 인상 폭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체감은 훨씬 크다.
사립대학등록금이 5.5% 오르고 보험서비스료는 무려 16.3%나 뛰었다. 경유 가격도 8.4% 상승했다. 자녀를 둔 가정, 자가용을 쓰는 직장인, 운송업 종사자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다. 생활물가지수도 전국 기준으로 2.5% 상승했으며, 울산은 2.2% 올라 체감물가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장바구니와 차량, 통장 잔고가 동시에 가벼워지는 형국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품목별로 요동쳤다. 사과·조기·오징어가 급등한 반면, 배추·무·상추는 급락했다. 기후 변화와 공급 불균형이 뒤섞인 결과로, 소비자는 ‘이번 주에는 뭘 사야 덜 손해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채소값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상의 상쇄일 뿐 체감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전국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는 긴 추석 연휴였다. 해외단체여행비 12.2%, 콘도 이용료 26.4%, 승용차 임차료가 14.5% 상승했다. 외식비를 제외한 개인서비스 항목이 3.6% 올라 전체 상승분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론 지출의 불균형을 심화시킨 측면이 크다. 가계의 여윳돈이 여가비용으로 흘러가면서 필수 소비의 압박을 더하고 있다.
울산은 자가용 이용률이 높고 사교육비 등 가계의 고정비 지출이 큰 지역이다. 이런 생활 구조 특성상 석유류나 교육·서비스 가격의 변동이 다른 지역보다 시민 체감물가에 더 크게 작용한다.
물가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보다 현장을 읽는 대책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비축물량 조정과 유통망 개선에, 울산시는 지역 맞춤형 민생안정 패키지에 나서야 한다. 산업도시의 특성을 고려한 교통·생활서비스 부문 가격 안정화도 시급하다.
물가 상승은 소리 없이 서민 삶을 잠식한다. ‘요정도는 괜찮다’는 안일함이 내년에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통계상의 안정이 아니라, 시민이 느끼는 안정이 이뤄져야 진정한 물가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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