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화 업황 악화에도 위기지역 지정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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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화 업황 악화에도 위기지역 지정 난망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5.11.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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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석유화학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1년 가까이 준비해 왔지만, 3분기 일부 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연내 지정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환율·유가 등 대외 변수 영향으로 통계상 수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설비 감축과 투자 축소 등 구조적 위기 신호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들어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검토해왔지만, 지난 3분기 일부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신청에 제약이 생겼다.

체감 경기는 냉각돼 있는데도 통계상 ‘실적 개선’이 나타나 정부가 보는 숫자와 업계의 위기감 사이 간극이 커졌다는 것이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려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와 사업장·생산실적 감소, 기업 도산과 매출액 급감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 신호가 정량 지표에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3분기까지 울산 석유화학 업계 지표는 침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한 ‘위기 기준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3분기 일부 석유화학 기업 실적이 흑자를 낸 것은 국제유가·나프타 가격, 환율 등에 민감한 산업 구조 탓이 크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달러 매출이라도 원화 환산 시 장부상 매출이 불어나는 ‘환율 효과’가 나타났고, 유가·나프타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서 제품 출고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은 구간에 머물렀다.

여기에 이전 분기에 저렴한 가격에 들여온 원료를 판매하며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하고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기업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구조적 경쟁력 회복이 아니라 환율·유가·재고평가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숫자상 흑자’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글로벌 수요 둔화, 친환경·탈탄소 규제 강화로 기본 수요는 예전만 못한 데다, 일부 기업은 설비 가동률을 낮추고 투자 축소와 사업 재편을 검토하는 등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에 이미 들어갔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매출·이익 수치와 달리 현장에서는 “위기 국면이 본격화됐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의 또 다른 걸림돌은 산업 구조다.

지정 기준에는 ‘해당 사업이 그 지역의 주된 산업일 것’이라는 요건이 포함돼 있다.

여수·대산처럼 석유화학 비중이 압도적인 지역과 달리 울산은 석유화학 외에도 자동차·조선·비철금속 등 주력 산업군을 고르게 갖추고 있어 석유화학 하나만을 두고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단일 주력 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앞으로는 정량 지표뿐 아니라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정성적 근거를 중심으로 정부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석유화학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긴 회수 기간이 필요한 대규모 장치 산업인 만큼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저하 신호가 본격화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연쇄적인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논리다.

특히 정부가 생산능력 감축 대상으로 지목한 나프타분해시설(NCC) 10곳 가운데 상당수가 울산에 몰려 있다는 점은 지역 위기감을 더욱 키운다.

아직 고용 통계상 큰 변동은 없지만 생산량 감축과 설비 가동 중단이 본격화될 경우 고용 한파와 협력업체 도산, 인구 유출 등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울산 전체 통계로 보면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개별 기업으로 들어가면 투자 축소·사업 재편·신규 채용 중단 등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 시와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시는 향후 이런 개별 기업 사례와 업종별 구조 전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노·사·민·정 협의를 통해 지역 차원의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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