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교仙人橋 나린 물이 자하동에 흐르르니
반 천 년 왕업이 물소리 뿐이로다.
아희야 고국 흥망을 무러 무엇하리오, <청구영언>
수백년 왕조도 결국은 한시절
간절곶 새해 아침은 푸르고도 붉다. 새해 첫날의 기운은 도도하고 하늘을 찌를 듯한 대도(大道)의 기운이 울산 천지를 비춘다. 일출은 참으로 장관이다.
병오년 새해 첫날 일출의 기운을 쓸어 담고 두 손 모아 축원을 올린다. 자신의 한 몸과 가정과 나랏일에 신선한 기운을 받아 또다시 도약하는 한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정도전은 첫눈 내리는 겨울, 붉은 말을 타고 누런 개와 푸른 매를 데리고 평원을 달렸다고 한다. 그는 이미 하늘의 명(命)이 어디로 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거대한 야망을 가진 한 대장부였다. 평소 취중에서 한(漢)나라 고조가 장자방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 유방을 선택한 것이라 했다. 한고조를 이성계에 대비했다면 결국 자신이 이성계를 선택해서 조선 왕조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정도전은 깊은 사색을 통해 역성(易姓)혁명의 대상으로 이성계를 택하고선 혼자 스스로 조선 왕조의 기틀을 그렸던 것이다. 정도전이 함경도에 있던 동북면도 지휘자 이성계를 찾아가면서부터였다. 이성계의 군대를 본 정도전은, 이성계가 자신의 포부를 실현해줄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조선건국과 그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정도전은 조선왕조 개국 후에 6년을 살았지만 죽어서 600년 조선을 다스린 군자(君子)였다. 한양 천도와 궁궐과 종묘의 위치를 결정했고 모든 궁의 문 이름을 직접 지었다. 그리고선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을 지어 법제의 기본을 이룩했다.
보통의 새들이 난(鸞)새의 자리를 탐하듯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런 시기에 정도전은 과감하게 이성계를 택했다. 아득한 세월에 한 그루 소나무로, 그는 푸른 산 몇 만 겹 속에 조선의 묵은 자취를 돌아보며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라도 마음 열어 우주를 품은 도도한 새해 아침이다. 그런 기운 속에 지혜는 자라고 세월은 물과 같이 또 흘러간다.
한분옥 시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