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폐지 줍는 노인들 “올 겨울 더 힘들다”
상태바
울산 폐지 줍는 노인들 “올 겨울 더 힘들다”
  • 주하연 기자
  • 승인 2026.01.05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2일 오전 울산 중구 학성동 일원. 최저기온이 영하 8℃까지 떨어진 이날 한 노인이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모으고 있다.
폐지 매입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강추위까지 겹치며 폐지 수집에 의존하는 울산 노인들의 겨울 생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영하권 한파 속에서도 거리로 나서는 노인들은 줄어든 수입과 치솟는 생활비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중구 학산동 일원.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와 털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손수레를 끌며 골목을 오갔다.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폐지를 주워 올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허공에 번졌다.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인 도로 가장자리에서 노인은 하나둘 모은 박스를 수레에 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울산은 최저기온이 영하 8℃까지 떨어졌고, 낮 최고기온도 1℃ 안팎에 머무르며 매서운 한파가 이어졌다.

폐지를 수집하는 이모(72)씨는 “날이 추워질수록 아침에 밖으로 나서는 게 힘들다. 늦게 나오면 남아 있는 폐지가 거의 없어 새벽부터 움직여야 한다”며 “손이 얼어 종이를 제대로 잡기도 어렵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생활을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폐지 수집 노인들의 공통된 걱정은 수입 감소다.

또 다른 폐지 수집 노인은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폐지값은 내려가 고물상에 가져가도 예전만큼 돈이 안 된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수입은 5000~6000원 남짓이라 밥 한 끼 해결하기도 빠듯하다”며 “난방비나 약값을 생각하면 겨울이 더 길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통계에서도 폐지 가격 하락세는 분명히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폐신문지 매입 가격은 ㎏당 126.3원으로, 2024년 12월 평균 가격(152.0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폐골판지 역시 ㎏당 81.7원으로, 지난해 평균 105.8원에서 하락하며 폐지 수집 노인들의 체감 수입을 끌어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폐지 수거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데다, 상당수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 기준을 근소하게 넘기거나, 실제로는 부양을 받지 못함에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적 지원에 기대기 어려운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혹한 속 거리로 나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울산의 한 고물상 관계자는 “소비가 줄면 폐지 배출량 자체가 감소하고, 제지업계도 재고 부담으로 매입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이들이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라며 “한파까지 겹친 요즘 같은 시기엔 이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생면에 원전 더 지어주오”
  • 울산 전고체배터리 소재공장, 국민성장펀드 1호 후보 포함
  • ‘울산 며느리(고 김태호 의원 맏며느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에
  • 2026 경상일보 신춘문예 980명 2980편 접수
  • 조선소서 풀리는 돈, 지역에서 안돌고 증발
  • 올해 울산공항 LCC(저비용항공사) 5편 중 1편꼴 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