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 암각화의 보존과 관리라는 틀을 넘어 세계유산을 일상적으로 체험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규모 기반시설에 앞서 접근성과 콘텐츠를 강화하는 선행 사업들이 올해부터 속도를 낸다.
울산시는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와 두동면 천전리 일원을 역사·문화·관광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단계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우선 반구천 일원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문화공간 조성 기본계획’ 수립이 올해 하반기 진행된다.
이 계획은 경관 정비, 관광자원 활용, 지역 활성화 전략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마스터플랜 성격으로, 이후 국비 확보와 실시설계, 공사 착공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핵심 기반시설로 꼽히는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 건립도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된다. 센터는 보존·관리와 연구, 전시, 교육 기능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암각화 특화 복합시설로 계획됐다. 부지 면적 3만여㎡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되며, 총사업비는 약 490억원에 달한다. 국가유산청 타당성 조사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재신청을 앞두고 있으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본·실시설계와 토지 보상을 거쳐 2029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 주변 경관자원을 잇는 역사문화탐방로 조성 사업은 이미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총 83억원가량이 투입되며, 2027년까지 연차별로 공사가 이어진다.
대형 사업과 병행해 시는 체감 효과가 빠른 선행 사업들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곡마을 진입로 정비다. 현재 반구대암각화 탐방로는 도로 폭이 좁아 차량과 보행자가 혼재돼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길이 1.14㎞, 폭 8m 규모의 대체 도로를 개설해 탐방객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 불편을 줄일 계획이다. 이 사업은 울주군이 주관하며 올해 토지 보상과 함께 공사에 착수한다.
접근성 개선을 위한 무료 셔틀버스 운영도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셔틀버스는 공영주차장과 암각화박물관, 반구대안길,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입구 등을 순환하며, 평일과 주말을 구분해 탄력적으로 운행된다. 장거리 이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교통 혼잡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콘텐츠 사업도 눈에 띈다. 시는 반구천의 암각화 브랜드 디자인을 새롭게 개발해 로고와 색상, 서체, 응용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를 관광 상품과 홍보물, 각종 안내 시설에 적용해 세계유산의 상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AI 기반 XR 망원경을 설치해 기존 망원경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암각화의 세부 표현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QR 기반 스마트 해설 안내시스템을 구축해 국어·영어·일어·중국어 등 4개 언어로 유산 해설과 동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도 높인다.
시는 이 같은 선행 사업을 통해 세계유산 보존 원칙을 지키면서도 관람 만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전경술 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접근성 개선과 첨단 해설 콘텐츠를 통해 세계유산의 가치를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