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최근 범어사 정수장 일대 숲을 ‘범어숲’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고 12일 밝혔다. 1930년 준공한 범어사 정수장은 양산 법기수원지에서 공급받은 원수를 정수해 금정구 두구동·청룡동 등 1만1000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90년 넘게 ‘금단의 땅’으로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왔다.
하지만 부산시는 정수시설은 보호하면서 숲은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방침 아래 범어사 정수장 일대를 산책로와 휴게공간, 놀이시설 등을 갖춘 생활권 휴양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문제는 같은 논리가 법기수원지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기수원지는 행정구역상 양산시에 위치해 있지만, 부산시가 소유·관리하며 부산 금정구와 기장군 일대에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이다.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수십년 간 일반인 출입과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왔고, 현재도 극히 일부 구간만 제한적으로 개방된 상태다.
법기수원지는 2011년 둑과 둑 하단 수림지 2만여㎡만 부분 개방됐다. 이어 2단계로 3㎞가량의 둘레길을 추가로 개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수 방문객으로 인한 상수원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개방은 보류됐다. 이후 양산시와 정치권,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수차례 추가 개방을 요구했지만 ‘수질 안전’을 이유로 추가 개방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양산시의회가 ‘법기수원지 소유권 조정 및 둘레길 개방 재촉구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부산시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법기수원지 인근 주민들은 “부산시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재산권 침해와 생활 불편을 감내해 왔는데 부산시는 정작 자신들 지역시설은 시민 복지공간으로 잇따라 개방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갑성기자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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