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 안전조치 의무화 6년째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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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안전조치 의무화 6년째 ‘유명무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6.01.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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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 산생마을 인근 경사로 노면 주차장. 가파른 경사에도 불구하고 주차된 차량 대부분이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거나 바퀴 방향을 조정하지 않은 채 세워져 있다.
경사로 주차 시 차량 미끄럼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된 ‘고임목 설치 의무’가 시행 6년째를 맞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유명무실한 상태다.

13일 울산 동구 산생마을 앞 경사로 노면 주차장. 사람도 오르내리기 힘들 만큼 경사가 가파르지만 주차된 차량 10대 가운데 고임목을 설치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바퀴 방향을 돌려 놓은 차량도 1대뿐이었다.

남구 신선로 일원 거주자우선주차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사가 분명히 느껴지는 구간이었지만 고임목을 설치한 차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최근 사고가 발생했던 영해마을 일원 역시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 방향을 조정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현행 경사면 주차안전 기준은 지난 2019년 개정된 주차장법 이른바 ‘하준이법’을 통해 마련됐다. 법 개정 이후 경사진 주차장에는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했고 운전자 역시 경사로 주차 시 고임목 설치나 바퀴 방향 조정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에도 현장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그 결과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울주군에서는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이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밀리면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경사로 주차 안전조치만 지켜졌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와 시민들의 낮은 인식에 있다.

법에는 경사가 심한 주차장에 고임목을 비치하거나 별도의 안전시설과 표지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정작 ‘경사면’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 않다.

설치 방식에 따라 보행자나 차량 통행에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경우 시설 설치를 하지 않아도 돼 실제 현장에서는 관련 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겨울철처럼 노면이 더욱 미끄러워지는 시기에는 운전자 개인의 주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경사로 주차 시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가 고임목 설치 여부를 점검하거나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인력 부족 탓에 모든 경사로를 상시 점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고임목을 휴대하고 다니는 운전자는 많지 않고 법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일반 승용차는 경사면 주차 시 고임목 설치나 바퀴 방향 조정 중 하나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고 화물차나 대형 차량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더 큰 만큼 고임목 설치와 바퀴 방향 조정을 모두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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