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기후2050]평균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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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기후2050]평균의 시대는 끝났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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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026년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매년 새해 첫 해를 보며 소망을 빌지만, 올해만큼은 ‘기상이변 없는 평범한 날씨’가 무엇보다 간절하다. 병오년의 시작은 단순한 달력의 전환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펼쳐봐야 할 것은 신년 운세가 아니라 지난 한 해의 기후 기록이다. 기상정보는 이제 단순한 예보를 넘어 이미 벌어진 ‘사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2025년의 기후 변화는 극명했다. 봄에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며 여의도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10만여 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주불 진화에만 149시간이 걸렸고 4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여름은 또 다른 극단이었다. 7월 중순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28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경남 산청에는 하루 3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라는 복합재해로 이어졌다. 충남 예산과 경기 오산 등에서는 제방 유실과 인프라 마비가 동시에 일어났다. 반면 강릉은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 재난 사태가 선포되는 기후재앙을 겪었다. 가을은 여름의 고온 뒤 곧바로 겨울형 한파로 전환되며 사실상 사라졌다. 이른바 ‘가을 실종’이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13년(1912~2024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3년 동안 강수일수는 줄었으나 시간당 강수량과 강수 강도는 뚜렷하게 증가했다.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을 비교하면 여름은 25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다만, 겨울이 짧아졌다고 해서 추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기 흐름에 따라 짧고 강력한 한파는 여전히 발생하며, 계절 경계가 흐려질수록 체감되는 기후는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겨울 강수 패턴도 마찬가지다. 자주 내리는 대신 한 번 내릴 때 폭설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졌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머금는 수증기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찬 공기와 부딪혀 극한의 강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말을 덮친 ‘북극발 기습 한파’가 대표적이다. 이런 한파는 에너지 수요나 안전 시스템이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기에 장기적인 추위보다 더 위험하다. 최근의 한파는 강도는 세지고 지속 기간은 짧아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113년 기후보고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온은 계속 오르고, 강수는 양극화되며, 계절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평균의 시대가 끝나고 ‘극단의 시대’가 일상이 된 것이다.

이제 2026년의 기후는 ‘더 나빠질 것인가’를 묻는 단계를 지났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갈리는 시점이다. 폭염과 한파를 상수로 둔 시스템, 강수 강도를 고려한 도시 설계, 극단 상황을 전제로 한 자원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 곁의 현실이다. 준비할 것인가, 뒤늦게 수습할 것인가. 우리에겐 이제 이 선택지만이 남아 있다.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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