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올해도 같이 놀아요,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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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올해도 같이 놀아요, 예술로!
  • 경상일보
  • 승인 2026.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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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연말이 되면 송년회가, 새해가 밝으면 신년회가 이어진다. 덕분에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 잠시 멈춰 서서 시간을 나누게 된다. 필자는 2년 전부터 ‘사적 예술인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인들을 초대하는 작은 시즌 파티를 기획해 왔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이 모여 지난 활동을 나누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협업의 불씨를 놓아보는 자리였다. 1년 동안 늘 긴장 속에서 치열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예술인들이 이때만큼은 책임과 압박을 잠시 내려놓고 즐겨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 예술로 같이 놀자’라는 단순한 초대 문구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왔다. 각자 나눠 먹을 음식을 준비해 오고, 작은 선물을 챙기며, 때로는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어 웃음을 주고받는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공연예술가들은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고, 시각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서로 다른 장르의 경험을 공유한다. 장르와 방식은 달라도 예술이라는 공통된 감각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이 자리는 언제나 풍성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많은 이들이 예술인에게 ‘좋아서 하는 일 아니냐’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예술가들은 대체로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 서 있고, 그곳에서 기쁨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 명제는 종종 그 이면의 고통과 긴장을 가리기도 한다. 예술가도 생계를 고민하며 자신의 신념이나 예술관과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반복되는 노동이나 단순 기술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고독한 시간이 따른다. 예술을 누리며 감동하는 순간은 관객의 몫이지만, 그 감동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대개 예술가의 불안과 고뇌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예술은 겉보기엔 비효율적이고, ‘가성비’ 떨어지는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축적된 에너지가 발현되는 순간, 다른 어떤 영역에서도 보기 힘든 울림과 가치를 만든다.

세 번의 파티를 치르며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잘 놀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업 현장에서 만난 예술인들은 늘 바쁘고 예민하다. 날 선 눈빛으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지켜낸다. 그러나 파티에서 만난 그들은 놀랍도록 다정하고 순하다. 서로에게 음식을 건네고, 재미있는 차림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그 순간만큼은 함께 시간을 즐기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토론과 고민, 조언과 위로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소소한 파티지만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틈’과 ‘여유’를 회복하는 장치가 되기를 바란다. 장르를 뛰어넘는 연대가 생기고, 서로의 어려움을 가볍게 덜어주는 순간들이 쌓일 것이다. 일할 때만큼이나 노는 일에도 성심을 다하는 이들이 쌓아 올릴 긍정적 에너지는 결국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2026년의 울산 문화예술계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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