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던 것이 익숙했던 나에게 화면을 밀어 사용하는 방식은 쉽지 않았다. 전화를 끊으려다 다른 화면을 열고, 문자를 보내려다 엉뚱한 기능을 눌러 몇 번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행착오가 쌓이면서 조금씩 손에 익기 시작했고, 어느새 스마트폰은 자연스럽게 일상이 됐다. 지금은 없으면 하루가 불편한 도구가 됐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마주하는 요즘도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다시 느낀다. 눈앞에서 신기하기 짝이 없는 기술들이 쏟아지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처럼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수 있는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다시 한번 격세지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검색과 문서 작성, 행정 서비스와 산업 현장까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존재가 아니라 그 변화를 따라가는 속도의 차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자료를 보면, 울산의 노인 인구는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울산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19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변화는 더욱 분명하다. 중구와 울주군은 노인 인구 비율이 각각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때 젊은 산업도시로 불리던 울산 역시, 이제는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본격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 속에서 AI 시대를 맞는 현실은,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교육과 공공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학교는 언제나 시대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교육이 한발 앞서 준비되었을 때,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적응해 왔다. 반대로 학교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다시 적응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 부담은 개인을 넘어 지역 전체로 돌아오게 된다. AI를 ‘나중의 문제’로 미루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교육은 거창한 전문 기술 교육이 아니라, 기초 소양을 키우는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학생들이 AI를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지금 학교 교육이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먼저 변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연수와 교육 환경의 뒷받침 역시 중요하다. 현장의 이해와 준비가 없다면 어떤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울산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학교를 중심으로 한 연계는 더욱 의미가 있다. 학생 교육을 계기로 가정과 지역으로 변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된다면, 고령 세대와 농촌 지역 역시 변화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학교가 학생만을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 전체의 학습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 당시에도 기술 그 자체보다 교육과 안내,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세대 간 간극을 줄일 수 있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속도를 겨루는 일이 아니라, 함께 적응할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하는 일이다. 지역의 현실을 고려한 교육이 뒷받침될 때 변화는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교육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지키는 방식에 가깝다. 학교가 조금 더 먼저 준비한다면 아이들은 변화 앞에서 덜 두려워할 수 있고, 울산 역시 급격한 흐름 속에서도 자기 속도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앞서가기보다, 함께 건너가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교육은 늘 그렇게 제 역할을 해왔다. 눈에 띄지 않게 하루를 지탱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의미가 드러나는 일. 오늘의 작은 준비가 내일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 전환의 시간을 불안이 아닌 신뢰로 건너가기 위해, 교육이라는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김동칠 울산시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