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산 정상의 동굴집으로 돌아온 천동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있었다.
그의 처인 옥화가 걱정할까 봐 신경이 쓰여서였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과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정말로 옥화가 걱정이 되었다면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자신은 세평의 말대로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남편의 표정이 다소 어두운 것을 읽고는 그가 밝아지게 하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다.
그런 그녀를 보는 천동은 더욱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었는지 천동은 몸을 누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을 놓칠 옥화가 아니었다.
“여보,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어디 다쳤어요?”
“그냥 조금 다쳤어. 미안해.”
“다쳤는데 왜 저한테 미안하다고 그러세요?”
“가장이 몸 간수를 잘 못해서 다친 건 잘못한 일이잖아. 그래서 미안한 거야.”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보다 많이 다치신 거예요?”
“아니야, 그냥 조금 다쳤어.”
“어디 봐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 천동에게 달려들어서 아픈 부위를 찾으려고 했다. 옆구리 쪽에 피가 묻어 있는 게 보였다. 상의를 걷어 올리자 광목천으로 싸맨 상처 부위가 드러났다. 풀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제법 큰 상처라는 것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옥화는 이내 울상이 되었다.
“나리, 많이 아프시죠?”
“아니야, 정말 괜찮다니까. 며칠 치료하면 나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훌륭하게 죽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사는 것이 낫다고 장자가 그랬어. 절대로 허무하게 죽지는 않을 거야.”
말은 그렇게 해놓고 천동은 곧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한참을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천동의 병간호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열을 내리기 위해서 계속해서 물수건을 갈아가며 그의 곁을 지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살려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밤새 간호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천동은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깨어났다.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자신의 곁에서 잠이 든 그녀를 보며 자신의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리고 다시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이제 자신의 삶의 절반은 그녀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옥화가 사랑스러워서 잠든 그녀의 볼에 살며시 입맞춤을 했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정말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화 누이와 있을 때는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느낌이 확실하게 그의 가슴에 전달된 것이다.
글 : 지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