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검사 잘못 만난 몰카범 B씨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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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검사 잘못 만난 몰카범 B씨의 사연
  • 경상일보
  • 승인 2026.03.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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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범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울산지검 A검사는 기록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피의자 B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부산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무음카메라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한 몰카범이었다. B씨가 6년에 걸쳐 촬영한 몰카는 무려 1030장. B씨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세 차례나 지하철 몰카로 처벌받은 상습범이었다.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을 합치면 B씨의 몰카범죄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13년간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A검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3년 동안 쉬지 않고 몰카를 찍은 사람인데, 혹시 지금도 몰카를 찍으며 다니는 건 아닐까”. A검사는 B씨를 불러 조사를 했다.

B씨는 A검사 앞에서 “잘못했습니다. 이제 몰카는 끊었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제출해달라는 A검사의 요구는 한사코 거절했다. A검사는 B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0년 넘게 몰카범죄에 중독되어 세 차례나 처벌을 받고도 몰카범죄를 이어간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몰카를 끊을 수 있을까?’ A검사는 B씨의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압수영장을 통해 확인한 B씨의 교통카드 내역에는 최근까지도 부산대역에 탑승한 뒤 하차 없이 5시간 동안 지하철에 계속 머무르다가 다시 부산대역에서 하차한 내역이 발견됐다.

B씨가 범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 A검사는 이번에는 B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한 휴대전화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B씨가 휴대전화 사진들을 모두 지웠기 때문이다. 집념의 A검사.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사진파일을 복구시킨 결과 B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지하철 여성 치마 속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B씨는 A검사 앞에서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뒤에도 몰카 범행을 계속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확인한 A검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B씨가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의 속옷 사진을 찍고 다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B씨의 추가 범행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A검사는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영장을 발부받아 B씨를 구속했다. 그와 함께 13년에 걸친 B씨의 몰카범죄는 그 막을 내리게 됐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논의가 뜨겁다. 보완수사란 간단히 말하면, 경찰이 1차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긴 사건에서 미진한 부분을 채우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수사를 말한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마저 주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은 주로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매개로 부당한 별건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수사를 한 검사가 기소까지 한다면 확증편향에 빠져 객관성을 잃는다는 것, 수사·기소권 모두를 보유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을 논거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B씨의 몰카범죄를 수사한 A검사가 부당한 별건 수사를 하고 객관성을 잃은 채 막강한 권력으로 B씨를 괴롭힌 것일까요? 아니다. A검사는 오늘도 부산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그리고 B씨가 구속을 계기로 중독의 고리를 끊고 다시는 몰카의 범죄에 나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위 사건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이 1차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내고 송치한 사건이라도, 기록만 보고 그대로 기소해야 한다면 기록 이면에 숨어있는 범죄는 쉽게 드러날 수 없게된다. 그만큼 피해자인 국민의 인권은 보호받을 수 없게 될 뿐이다. 검사의 보완수사는 지하철몰카 사건과 같은 민생사건에서 지금도 매일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 범죄를 중단시키기 위해,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 때로는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억울한 피의자가 구제되기도 한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명목으로 수사권을 남용하고 객관성을 잃은 사건 처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그렇지만 수사권 남용의 ‘가능성’ 때문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자체’를 없애 버린다면 이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 같고, 적어도 B씨는 한동안 몰카범죄를 계속했을 것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정말로 없애야 하는 걸까?

이준범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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