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이 ‘늘봄학교’ 간판을 ‘초등 방과후·돌봄’으로 바꾸고 연령별 맞춤 정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늘봄 정책을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체계로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울산도 자체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정책의 성패는 운영에 달려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아이가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지를 충족하느냐가 핵심이다.
울산형 책임돌봄의 구조는 비교적 분명하다. 초1~2학년에게는 정규 수업 이후 매일 2시간 무상 돌봄 프로그램 ‘도담도담’을 운영한다. 놀이와 체험, 기초학습을 묶어 발달 단계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초3에게는 연간 최대 50만원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을 지원한다. 돌봄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시기에 공교육 방과후 참여를 늘리려는 장치다. 여기에 학교밖 기관과 연계한 지역프로그램을 더해 문화·예술·체육활동을 보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문제는 실제 작동 방식이다. 초1·2학년이 수업과 돌봄 2시간을 마치면 오후 3~4시 무렵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가정의 퇴근시간은 대체로 오후 6시 이후다. 이 시간 간극이 메워지지 않으면 돌봄정책은 여전히 ‘부분 지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울산시교육청은 아침·저녁·틈새 돌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탄력이 아니라 확정된 시간표다. 학교별 상황에 운영이 좌우된다면 책임돌봄이라는 이름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교육청이 최소 운영기준을 제시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는 지역기관 연계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초3 방과후 이용권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원금이 있어도 학교 방과후 강좌 좌석이 부족하거나 프로그램 다양성이 떨어지면 인기 강좌 쏠림과 대기열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바우처 정책이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지려면 강좌 공급 확대와 신청기준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역연계 프로그램은 이동과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학교밖 기관을 이용하는 순간 이동경로와 귀가관리가 정책의 핵심 변수가 된다. 귀가 동행 인력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이동 과정과 사고 발생 시 책임·보험 체계까지 포함한 표준 운영기준이 필요하다.
울산형 책임돌봄의 방향성은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의 기준이다. 학교별 운영 시간, 정원, 대기자, 취약계층 이용률 같은 지표를 공개하고 정책의 효과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온 동네 돌봄’이 홍보 문구가 아니라 아이와 학부모의 일상에서 체감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