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CES 2026 칼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가 차량 중심 산업을 넘어 로봇, 에너지, 도시 운영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살펴본 바 있다. 최근 공개된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2029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15만대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수치는 단순한 기술 개발 계획을 넘어, 로봇이 산업과 물류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되는 전환점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 정도 규모로 상용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제조 자동화를 넘어 교통·물류 시스템 전체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동안 자율주행 차량과 전기차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이동은 차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장 내부의 부품 이동, 물류센터 내 하역·적재,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 등은 여전히 사람의 노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한다면, 이동의 최적화 문제는 도로 위 경로 설정을 넘어 실내·실외 공간을 통합하는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교통 및 물류 최적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지금까지 우리는 차량 경로, 배송 스케줄, 교통 흐름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계산해왔다. 그러나 로봇이 본격적으로 작업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 작업 배치, 인간-로봇 협업, 실시간 재할당 문제까지 포함하는 보다 복합적인 최적화 구조가 필요해진다. 즉 스마트 모빌리티는 차량 중심 네트워크 최적화에서 사람·로봇·차량이 동시에 움직이는 다층 네트워크 최적화 문제로 진화하게 된다.
특히 물류 분야에서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에서는 자율주행 물류로봇(Autonomous Mobile Robots: AMR)과 협동로봇, 그리고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이 동시에 투입될 수 있다. 이 경우 하역-분류-적재-운송이 하나의 통합 프로세스로 연결된다. 이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개별 로봇의 성능보다, 전체 작업 흐름을 설계하는 알고리즘과 운영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 결국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를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 설계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 단위에서도 변화는 이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도심을 이동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건물 내부 배송을 담당하며, 에너지 시스템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가 현실화된다면 교통 정책과 물류 정책은 더 이상 분리해서 설계할 수 없다. 이동은 도로에서 시작해 건물 내부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이 된다. 이는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로봇 이동 경로, 충전 인프라, 데이터 통합 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대규모 보급 목표가 실제로 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술의 안정성, 비용 구조, 규제 환경, 사회적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규모의 상상력’이다. 수천 대가 아니라 수만 대, 나아가 수십만 대의 로봇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시나리오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한다.
대한민국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은 이제 새로운 질문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단순히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사람·로봇·차량이 함께 움직이는 통합 모빌리티 시스템을 설계할 것인가. 제조 경쟁력, 물류 효율성, 도시 교통 운영 능력을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산업 구조로 연결하는 정책과 제도는 아직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
지난 CES 2026이 보여준 스마트 모빌리티 비전이 ‘융합’이었다면, 휴머노이드 15만대 시대는 그 융합이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개별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이를 통합해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 역량이다. 향후 10년, 스마트 모빌리티 경쟁은 도로 위 속도 경쟁이 아니라 산업과 도시 전체를 설계하는 능력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이 이 변화 속에서 어떤 구조적 선택을 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권상진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