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경계에 서 있는 청년들이 있다. 이른바 경계선지능 청년들이다. 지능지수(IQ) 70~85 사이로 추정되는 이들은 학계에서 전체 인구의 약 13~14% 수준으로 본다. 일곱, 여덟 명 중 한명 꼴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학교 졸업 후 이들에게 놓인 현실은 냉혹하다. 현행 법체계상 장애로 등록되지 않아 장애인지원고용 대상이 아니며, 동시에 청년 취업 경쟁에서는 반복적으로 탈락, 낙오하는 이중의 벽을 마주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0% 안팎을 오르내리지만, 경계선지능 청년의 경우 공식 통계조차 분리 집계되지 않는다. 이는 존재는 많지만 정책 대상에서는 지워진 집단임을 보여준다. 학교에서는 ‘조금 느린 학생’으로 불렸고, 사회에 나오면 ‘일머리가 부족하거나 눈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 처리 속도와 추상적 이해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특성이다.
문제는 지원 체계의 공백이다. 장애 등록이 되지 않으니 직업재활, 평생교육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기초생활수급 등 전형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기도 쉽지 않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반복 실패를 경험하며 자존감은 낮아지고, 사회적 고립과 우울, 심각한 불안 상태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복지법, 고용정책기본법, 장애인고용촉진법 등 장애 관련 법률이 존재하지만, ‘경계선지능’이라는 특성을 별도의 지원 범위로 규정하지 않는다. 즉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직업재활서비스나 지원고용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제정 논의는 몇 차례 국회·학계에서 제기됐으나, 아직 별도의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제도권 안팎의 지원에서 모두 배제되는 ‘제도 밖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청년’이 된다.
전국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 울산에서는 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가 문을 열며 한국동서발전(주) 후원으로 이들의 직업 준비, 심리·사회 적응, 일경험 인턴십, 보호자 상담과 자립 지원 프로그램 등 취업을 돕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경계선지능 청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적절한 지원이 주어질 때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다. 이에 일자리의 방향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무업무 중심의 제한적 고용을 넘어, 농업·식품 가공업·단순 제조·포장·품질관리 등 단계적이고 반복 학습이 가능한 분야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단순 보호가 아니라 생산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청년을 정책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할 진정한 청년정책의 출발점이다.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 소장 사회복지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