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암각화 지켜줄 ‘사이펀’설치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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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암각화 지켜줄 ‘사이펀’설치 첩첩산중
  • 이춘봉
  • 승인 2020.09.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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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기간 줄일 방안으로

울산시 적극적인 추진 의지

댐 안전성 담보 최대 관건

주관부처인 환경부 미온적

유관기관 이해관계 충돌도

정부 차원 조율·지원 필요
▲ 경상일보 자료사진
집중호우 때마다 반복되는 반구대암각화의 침수 기간을 줄이기 위해 울산시가 제안한 ‘사이펀’ 설치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관 부처인 환경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타 정부 부처와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사업을 조율할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이펀 설치해 사연댐 용수 강제 배수 추진

사이펀(siphon)은 음압 원리를 이용해 물을 낮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U자형 대형 파이프다. 시는 지난 7월23일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자 사연댐의 강제 배수를 위해 사이펀 설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달 11일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과 사연댐을 방문해 사이펀 설치를 공식 제안했다.

시는 사연댐 수위가 53m에 도달해 반구대암각화가 침수되기 시작하면 사이펀을 이용해 강제로 물을 유출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문가의 의견 검토 결과 소형 사이펀 3개를 설치하면 사연댐에서 외부로 취수하는 용량만큼 배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사이펀 설치 시 반구대암각화의 침수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시장은 지난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영상 회의에서 이낙연 대표에게 사이펀 설치를 위한 환경부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사이펀 설치 안전성 확보 필수

사이펀 설치는 수문이 없는 사연댐의 수위 조절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처리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안전성 확보가 거론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사연댐은 강도가 높은 콘크리트댐이 아닌 석괴댐”이라며 “댐 본체는 돌로 쌓아올리고 차수벽은 콘크리트벽으로 구성돼 콘크리트댐보다 안전성이 다소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적인 저수 기능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없지만 설계 외 구조물을 상부에 설치할 경우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결국 사이펀은 여수로 쪽에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연댐 만수 시 물을 흘려보내는 여수로는 콘크리트로 조성돼 댐 본체보다는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여수로 역시 안전성이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는 사연댐 수문 설치 전 임시로 사이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이펀은 사실상 영구 구조물로 분류된다. 사이펀 자체 하중에 사이펀 내로 이동하는 물 무게까지 더해졌을 경우 여수로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집중호우가 발생해 사이펀이 가동될 경우 월류량에 따라 여수로나 사이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관부처 환경부, 미온적 태도

사이펀 설치를 위한 안전성 확인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 용역이 선행돼야 한다. 사이펀 설치에 대한 제안은 시가 했지만 검토 및 설치는 사연댐을 관리하는 환경부의 몫이다. 환경부가 당위성을 인식하고 사이펀 설치 용역비와 설치비를 예산에 반영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송철호 시장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사이펀 설치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아직 환경부에 공식 전달된 바는 없는데 검토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사연댐 수문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환경부 입장에서는 사이펀 설치가 필수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사업에 미온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수문 설치로 가닥이 잡힌 상태에서 임시 시설물인 사이펀 설치는 중복 투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가 사이펀 설치에 동의하더라도 문화재청 및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와의 조율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여러 부처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낙동강 통합물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사이펀 설치를 조율하고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사연댐 수위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60.26m로 만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에 도달하면 하단이 침수돼 57m가 되면 완전 침수된다. 반구대암각화는 57일째 물에 잠겨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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