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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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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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울산의 여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6월 말부터 발효된 폭염특보는 쉽게 풀릴 기미가 없고 7월 첫주까지 최고 체감온도는 35℃에 육박할 것으로 예보됐다. 도심의 열기는 숨이 턱 막히고,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시원한 공간을 찾아 그늘로, 물가로 몰려들고 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울산시와 구·군은 무더위쉼터 운영, 야외 작업장 점검, 옥외노동자 보호 조치 등을 내놓고 있지만,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장면들은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최근 동구와 북구의 해변 공영주차장에서는 캠핑카와 그늘막, 야외버너가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불법 야영·취사 금지’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일부 차량은 장기 주차하며 사적 공간처럼 주차장을 점유하고 있다.

평일 오후에도 캠핑카와 승합차가 줄지어 서 있고, 그늘막 텐트를 펴거나 차량 뒤편에서 휴대용 버너로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차량은 이틀, 사흘씩 장기 주차하며 발전기까지 설치한다.

이용자들은 “잠깐 바람 쐬고 간다” “휴가철이지만 어디 갈 데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쓰레기를 제대로 안 치우고 간다” “늘어진 짐 때문에 정작 주차를 못한다”는 불편도 잇따른다.

해양레저객을 위한 주차 공간이 특정 이용자들의 ‘사유지’처럼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런 도시 안의 풍경과 함께 여름 바다에서는 긴장이 흐른다. 지난달 12일 북구 신명 방파제에서는 북부소방서 주관으로 실전형 해양 구조훈련이 실시됐다. 30㎏에 육박하는 장비를 짊어지고 베테랑 구조대원과 의용소방대원 45명이 차례로 바다로 들어가 마네킹을 구조하고, CPR로 생명을 살리는 절차를 재현했다.

이 모든 과정은 ‘실제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남긴다. 골든타임은 단 5분. 그러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10분 이상이 걸린다. 구조는 속도 싸움이고, 초기 대응이 생명을 좌우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닷가에서, 하천에서, 수영장에서 쉽게 사고를 잊고 레저를 즐긴다. 누군가는 술에 취해 입수하고 누군가는 구명조끼 없이 아이를 물가로 보낸다.

울산은 7월 초를 기점으로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하고 있다.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은 지난 27일부터 8월 말까지, 동구 일산해수욕장은 내달 1일부터 8월 말까지 운영한다. 여름 피서객이몰리는 주요 해변에는 안전요원과 구조장비가 배치되지만 결국 마지막 관문은 개인의 판단이다. 폭염 속 무더위를 피하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이 무시되고, 공공질서가 무너지고, 누군가의 피로가 위험이 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닥칠 수 있다. 그 어떤 계도와 단속도 양심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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