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이 오면 필자가 살고 있는 울산 상북면 등억리 밭두렁에는 쑥을 캐는 동네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 맘때 나오는 쑥을 ‘해쑥’이라고 한다. 그 해에 막 난 여린 쑥을 가리키는 말이다. 햇과일, 햅쌀, 햇감자 등과 같은 항렬이라고나 할까. 5일마다 열리는 언양장에는 해쑥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언양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며 나타난 현상이다.
장 보러 온 주부들이 쑥과 함께 구입하는 품목 중의 하나가 바로 도다리다. 많은 사람들은 해쑥과 봄도다리를 하나의 셋트로 생각한다. 이름하여 ‘도다리 쑥국’. 언양장 귀퉁이 식당에는 이미 ‘도다리 쑥국’ 메뉴가 나붙었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넙치’라고 했던가. 도다리 쑥국이 봄철의 별미가 된 건 해쑥의 향긋한 냄새 때문이다. 쑥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칼륨과 함께 피를 맑게 해준다. 또 탄닌 성분은 핏속의 과산화지질 생성을 억제해 세포의 노화를 늦추어준다. ‘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 먹고 고친다’는 옛말도 있다. 여린 쑥이든, 묵은 쑥이든 모두 오염된 피를 정화시키는 데는 독보적이다.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 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쑥국아내에게’ 일부(최영철)
도다리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설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문치가자미는 ‘참도다리’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봄 도다리라는 말은 어떻게 나왔을까. 봄이 오면 문치가자미가 많이 잡히면서 봄 도다리라는 말이 퍼졌다는 게 일반적이다. 겨울에 산란하는 문치가자미는 12~2월께 알을 낳고 나면 살이 빠지고 영양분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봄이 오면 문치가자미는 영양분 섭취를 위해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이 시기에 많이 잡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5~6월, 혹은 산란시기 직전인 가을이 도다리의 제철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해쑥과 봄도다리는 이미 문화가 됐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맛에 익숙해졌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