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래관광, 패러다임을 바꾸자]방류 후 폐사 가능성도 배제 못해…방류 논란은 당분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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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관광, 패러다임을 바꾸자]방류 후 폐사 가능성도 배제 못해…방류 논란은 당분간 계속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1.06.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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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서 고래바다쉼터 조성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성산포 내수면의 모습.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킬러콘텐츠이자 핵심시설인 고래생태체험관은 존폐기로에 서 있다. 수족관 내 돌고래들이 잇따라 폐사하면서 이제 4마리 밖에 남지 않은데다, 동물보호 및 환경단체들의 남은 돌고래에 대한 방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동물복지 강화 추세와 정부의 변화된 정책 등에 따라 고래 방류와 고래바다쉼터 조성 요구 및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족관 돌고래 방류 논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방류 문제는 지난해 7월22일 수컷 돌고래 ‘고아롱(18·추정)’이 폐사하면서 불거졌다. 그 이전에도 동물보호 및 환경단체들이 줄곧 수족관 내 돌고래 방류를 촉구해왔으나, 고아롱의 폐사로 4마리만 남게 되고 올해 4·7 재보선을 통해 서동욱 남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당시 울산 남구청은 고래생태체험관을 조성하면서 일본 다이지 등에서 돌고래 8마리를 들여왔고, 이후 고아롱과 암컷 돌고래 장꽃분(21·추정), 장두리(11·추정) 사이에서 새끼 4마리가 태어났다. 이렇게 도입·출산한 돌고래 12마리 중 고아롱을 포함해 총 8마리가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생을 마감했다. 생태체험관에는 이제 4년 전 태어난 ‘고장수’ 등 4마리의 돌고래만 남았다.

장생포 뿐 아니라 지난해 7월 전남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루이’가 생을 마감하고, 제주도 서귀포 마린파크에서는 최근 8개월간 돌고래 3마리가 폐사하는 등 전국적으로도 수족관 돌고래 폐사가 이어지면서 남은 돌고래에 대한 방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동물복지 강화 추세와 정부의 변화된 정책도 한 몫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고래류 신규 사육·전시 금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수족관에 남아있는 돌고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 있는 상태다.

남구청은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살던 돌고래가 자연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폐사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만약 방류 후 폐사하게 된다면 방류 적절성과 책임 소재 등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다소 부정적 입장이어서 방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고래바다쉼터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울산 울주군 송정항 전경.
▲ 고래바다쉼터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울산 울주군 송정항 전경.


◇바다쉼터 조성 쟁점화…성산포·송정항 거론

이러한 돌고래 방류 논란 속에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에 즉각 방류하기 보다는 고래바다쉼터를 조성해 충분한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래바다쉼터는 수족관 돌고래들이 비좁은 수조가 아니라 야생 바다와 같은 넓은 환경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바다 한 켠에 가두리 형태의 공간을 조성해주는 것을 말한다.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 외국에는 바다쉼터가 조성돼 수족관 사육 고래류를 이곳에서 적응훈련을 시킨 뒤 돌려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바다쉼터가 조성된 곳은 없으나, 2013년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고향 제주 앞바다에 방류되기 전 제주 바다 가두리장에서 1년간 야생 적응훈련을 한 사례가 시초라 할 수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수족관 돌고래들이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1년간의 야생적응훈련 기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바다쉼터가 조성돼야 한다”며 “2017년 방류됐다가 보이지 않고 있는 ‘금등’이와 ‘대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충분한 적응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고래바다쉼터 조성 후보지로 울산 울주군 송정항과 제주도 성산포 내수면, 전남 여수, 경남 남해, 경남 고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3월부터 전국 돌고래수족관 7곳, 환경단체 7곳과 협의체를 구성해 바다쉼터 후보지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쉼터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다 해결해야 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송정항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어민들의 어업 활동 구역과 겹쳐 어민들의 반대 및 보상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여기에 막대한 사업비 및 운영비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차형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수족관 돌고래 방류·바다쉼터 조성 신중해야”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고향인 다이지 인근 바다에 방류
바다쉼터는 수심 30m·수온 일정
사람들 찾지 않는 곳에 만들어야
배 이용해 바로 방류가 나을수도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

“돌고래의 종류와 습성에 따라 방류와 바다쉼터 조성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김병엽(사진)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 교수는 최근 울산 등 전국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수족관 돌고래 방류와 고래바다쉼터 조성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는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온 큰돌고래인데,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정주형’의 남방큰돌고래와 달리 먼 바다에서 먼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체다”라며 “따라서 방류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는 방류할 수도 없고, 결국 고향인 다이지 인근 바다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쉼터 조성과 관련해서도 “바다쉼터는 수심 30m 가량에 수온이 일정해야 하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을 제대로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큰돌고래) 방류를 하더라도 바다쉼터를 조성해서 적응훈련을 거치기 보다는 차라리 배를 이용해 바로 방류하는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제주대 내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2000년부터 남방큰돌고래와 상괭이 등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돌고래와 각종 해양동물에 대한 개체수 및 서식환경, 종 보존 등에 대해 연구를 해오고 있다. 글=차형석기자·사진=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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