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지적장애 수지와 신용불량 부모 ‘캄캄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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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지적장애 수지와 신용불량 부모 ‘캄캄한 미래’
  • 정세홍
  • 승인 2021.07.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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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2월 지적장애 판정을 수지를 포함해 다섯식구가 함께 살고 있는 좁은 집.

수지(가명·11)네 집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다가구주택이다. 집안 면적이 고작 40여㎡로 한 눈에 봐도 협소한 이 집에는 수지네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작은방 두 곳에 나눠 수지와 부모님, 두 명의 오빠가 나눠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손때 묻은 벽지는 곳곳이 색이 바랬고 유리창도 일부 파손됐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수지는 초등학교 입학 당시부터 집중력이나 인지능력이 또래보다 늦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 지원으로 간단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인지발달 지연이 확인됐고, 수지는 학교 도움반 수업을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월 수지는 지적장애로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장애 등록 이후 수지 부모의 고민이 커졌다. 수지는 약물치료와 특수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의료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지의 아버지는 지난해 신종코로나 확산 초기에 실직을 당했다. 수지 아빠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기 악화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수지 아버지는 일용근로라도 하기 위해 새벽마다 직업상담소를 찾고 있다. 수지 어머니는 장애를 가진 수지를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었다. 가정 내 근로소득이 끊기면서 가계는 급속도로 기울었다. 생계비가 부족해 조금씩 낸 빚이 불어나면서 현재 수지 부모는 모두 신용불량 상태다. 수지네 가족은 현재 정부보조금 약 4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수지네 다섯 식구가 사는 현 거주지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인 일반 전·월세 주택이다. 적은 소득으로 생계비마저 부족한데 주거비 부담이 크다 보니 지난 4월부터는 월세와 공과금이 체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주택 매매를 사유로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앞이 캄캄해진 수지 부모는 결국 관할 드림스타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수지네 가족은 드림스타트의 도움으로 LH 매입임대 주택을 신청하고 지원 대상자로 결정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 이번에 수지 가족이 선정된 LH 매입임대는 임대보증금 약 300만원, 월 임대료 약 28만원 수준이다. 월 임대료는 주거급여로 납부 가능한 수준이나 임대보증금이 문제다. 현재 사는 거주지 보증금 500만원 중 체납된 월세, 공과금, 집 하자 수리 비용을 제하고 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또 현 거주지는 가구 및 가전이 옵션으로 포함된 곳이라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하게 된다면 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가전·가구를 새로 사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 비용도 100만원 이상 견적이 나와 임대보증금뿐만 아니라 주거부대비용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고 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울산지역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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