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한 로야니씨는 남편이 근무지를 울산으로 옮기면서 지난 2019년 울주군 청량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로야니씨 또한 대부분의 결혼이민여성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한국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로야니씨는 “가뜩이나 한국말도 서툰데 경상도 사람들은 목소리도 크고 늘 화난 것 같은 억양이라 무서웠다”며 “거기다 사람들이 성격도 급하고 뭐든지 빨리빨리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일을 느긋하고 여유있게 하는 편이라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종교(이슬람)상의 문제로 음식문화 적응도 힘들었다. 그는 “돼지고기도 못 먹고 음식도 안 맞아서 처음에는 고생을 했다. 그래도 이제 김치 겉절이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다보니 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도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 아이들 육아에만 전념해왔던 로야니씨는 최근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국어 통번역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지역 다문화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과정은 센터가 위치한 지역에 주소지를 둔 사람만 참여가 가능해 아쉽다고 했다.
로야니씨는 “한동안 선박회사에서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 통번역 일을 했었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그만두게 됐다. 이제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서 자격증도 따고 사회생활도 하고 싶다”며 “지금 집에서는 남구 야음동 다문화센터가 가까워서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일부 통번역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남구주민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루 빨리 신종코로나 사태가 종식돼 인도네시아의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로야니씨는 “2~3년에 한번은 부모님이 계신 인도네시아에 가족들과 함께 갔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막내의 경우 아직 인도네시아 가족들을 만난 적이 없다”며 “늘 영상통화로만 만나던 고향의 가족들을 대면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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