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환아르누보 화재 이후 유사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매뉴얼 수립, 대응훈련 진행, 고층건물물 전담소방대 설치, 70m 고가사다리차 도입 등 각종 대책이 보강됐다. 하지만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도 여전해 제도 개선을 통한 촘촘한 법규 강화와 근본적 해결책 마련도 필요하다.
◇화재 확산 주범 가연성 외장재 시공 울산 9곳
화재가 상층부까지 급속하게 확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외벽 패널의 건물 외장재가 꼽힌다. 이 건물 외장재는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조사됐다. 알루미늄 패널 자체는 비교적 불에 강한 편이지만, 문제는 패널 내부에 쓰였던 폴리에틸렌 소재였다. 일반 가연성 재료보다 열 방출률이 약 3~5배 높아 화재에 취약하다.
중간피난층 천장에도 가연성 마감재가 사용돼 되려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SMC로 불리는 통상 필로티 구조층이나 화장실 천장 등에 쓰이는 소재인데 습기와 오염, 화학물질에 강하고 단열 효과가 뛰어나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 3층에서 시작된 불이 외벽 외장재를 타고 상층부로 옮겨붙어 반대쪽 건물까지 확산됐던 건 가연성 마감재 때문이었다.
소방용수가 닿지 않아 화재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가사다리차 문제는 올해 연말께 울산에 도입돼 배치될 예정이다.
울산소방본부는 화재 이후 고층건축물 중 외벽에 화재에 취약한 알루미늄 복합패널이나 가연성 접착제가 쓰인 건물 현황파악에 나섰다. 30층 이상 고층건축물 33곳 중 가연성 외장재가 쓰인 곳은 9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유사사례를 막기 위해 건축법이 잇따라 개정되면서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법개정 이전인 지난 2009년 준공된 삼환아르누보 역시 소급적용이 되지 않은 케이스였다. 결국 이들 건물에 대해서는 재시공 애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지속적인 지도·점검과 함께 반복적인 대응훈련, 소방안전 점검만이 유사사례를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꼽힌다.
◇소방용수 공급 문제, 중간대피층 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
당시 화재에서는 소방용수 공급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층부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지면서 소방용수가 부족해진 상황에 처하자 소방관들이 직접 소방호스를 갖고 올라갔다. 하지만 건물 중간층에 마련된 피난층에는 비상 소방호스가 없었다. 관련법상 초고층 아파트는 중간피난층이라는 빈 공간을 두게 돼 있는데 비상 소방호스 설치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사상자를 한 명도 발생시키지 않는데 큰 역할을 했던 중간대피층이었지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삼환아르누보는 중간대피층 의무 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었는데 설치를 한 좋은 대응 사례였기 때문이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초고층 건축물은 50층 이상, 200m 이상 건축물로 정의한다. 초고층 건축물은 특별법을 적용받아 건축시 각종 규제 대상이 되지만, 기준 미만은 제외된다. 50층 아파트보다 49층 아파트가 더 흔한 이유다. 30층~49층 아파트는 고층 건축물로 사실상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초고층 건축물에는 중간대피층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현재 건축법상 30층~49층 건축물은 준초고층 건축물로 정의, 중간대피층 확보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고 비상계단만 확보하면 된다.
추세적으로 30층 이상 규모의 공동주택이 증가중인 점을 감안하면, 대피층 의무화를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이 아니라 30층 이상 준초고층 건물에도 포함시키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건축 전문가는 “폭 1.5m 이상의 직통계단을 설치하면 피난안전구역 설치가 완화되는데, 이제부터라도 30층 이상의 준초고층건물도 무조건 피난대피구역을 갖추도록 하고 해당 구역의 천정 마감재도 불연재로 시공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를 강화해야 유사사례 발생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