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집값 폭등세가 1년 넘게 이어진 가운데 정부의 말 바꾸기까지 반복되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주도면밀한 정책으로 시장 불안을 해소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리스크’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중 70%는 부동산이다. 이 때문에 제도의 작은 변화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로는 정책이 패닉을 불러 집값 급등락의 뇌관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치밀한 사전 연구와 점검으로 실패할 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정책을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행해 시장 불신을 최소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져 버린 정책들은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우선 지난주부터 1가구 1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완화(9억원에서 12억원)됐다. 때 맞춰 민주당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한시적으로 매물 출현을 유도해 시장 내 공급물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울산지역 내 적용 가능한 주택이 많지 않지만,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지역 커뮤니티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제 못 믿겠다’는 반응이 넘쳐난다.
앞서 ‘임대사업자 제도’도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로 꼽힌다.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정권 초 세제·대출 혜택으로 민간 임대사업을 권장하던 정부는 매물 잠김이 심화하자 단계적으로 인센티브를 줄여나가더니 5월 민간 매입임대의 경우 모든 주택유형에 대한 신규등록을 폐지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을 유발해 집값을 올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책을 따랐던 임대사업자들은 ‘무주택자 주거 안정 공로자’에서 한순간에 ‘투기꾼’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그동안 수요·공급 대책이 조화롭지 못해 바둑으로 치면 수순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바둑에서의 수순 착오는 한 판의 패배로 끝나겠지만, 국가 정책에서의 수순 착오는 시장에 큰 충격과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향후 지속적인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이라면 유연성을 발휘해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내놔야 하고,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석현주 경제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