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새로운 여행 트렌드와 지방 도시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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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새로운 여행 트렌드와 지방 도시의 경쟁력
  • 경상일보
  • 승인 2021.12.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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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

우연처럼 오는 기회는 인생에 몇 번 없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이어 오미크론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여건과 상황이다. 이로 인한 피로감과 긴장이 고조되면 될수록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서로를 위해 행동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니 언감생심이다. 그러다 벼르고 벼르던 기회가 생겨 어디로 훌쩍 떠난다고 하더라도 해외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 허용되는 몇 곳 이외는 제한되어 있고, 비용이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손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국내 다른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여행업체 트립닷컴과 세계여행관광협회(WTTC)가 발간한 ‘2021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면서 자국내 여행과 스테이케이션(스테이와 휴가의 합성어)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확인된다. 올해 국내 호텔 검색량은 지난해 대비 약 43% 증가했으며 국내 호텔 예약 건은 지난해 대비 약 78% 증가했다.

특이한 점은 검색량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지역이 세종시, 밀양시, 성주군, 청도군, 순창군 등 대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 즉 지방이라는 점이다. 여행업체 관계자는 이들 지역들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른 것은 인기 여행지보다 덜 붐비고 자연 친화적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한마디로 낯선 곳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트렌드 보고서는 이를 두고 전 세계적인 예약 트렌드 중 하나가 ‘대안 여행’ ‘대안 여행지’를 꼽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행객들은 낯선 여행지 탐험을 선택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대안 여행, 대안 여행지를 결정하는 이유를 도시경쟁력 차원에서 유의미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여행지(지역)에 대한 검색량이 몇 배씩 증가한 것으로 언급한 곳 가운데 세종시를 제외한 경남 밀양시, 경북 성주군, 청도 군, 전북 순창군 등은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소멸도시로 꼽힌 곳들이다. 10월18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 228곳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앞서 언급한 지역들이 다 여기에 포함된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애써 이들 지역에 대해 ‘인구감소지역’이라 표현했지만 언론들은 ‘지방소멸’에 무게를 두어 보도한 지역들이다. 고향이 사라진다는 호들갑은 엄포가 아니라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언급된 89곳 가운데 경북과 전남은 16곳으로 가장 많은 지역이 포함됐다. 그 다음 강원 12곳, 경남 11곳, 전북 10곳, 충남 9곳 등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가장 많은 곳이 포함된 경북은 말뿐이거나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을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유치’가 아닌 ‘순환 거주’ 개념을 도입해 지방소멸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소위 도시에서 5일, 지방에서 2일을 의미하는 ‘5도 2촌’식의 듀얼라이프(Dual Life)를 통해 도시와 지방이 서로 ‘윈윈’한다는 전략이다.

역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하나인 전남 신안군의 반월·박지도가 세계적 관광지로 인정받았다. ‘퍼플섬(purple island)’으로 알려진 곳이다. 신안군에 따르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총회를 열고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반월·박지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Best Tourism Village)’ 선정 사업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홍보, 관광을 통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세계의 각 마을을 평가해 인증해준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나 다름 아닌 곳이 선정됐다고, 선정 기관이 뭘 잘 모르고 선정했다고 일부 어깃장을 놓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오지’라고 생각하는 지방의 ‘속살’들이 지역의 경쟁력을 품고 있는 ‘진주’와 같을 수 있다. 그곳을 도시경쟁력이 있는 ‘진주’로 만드는 것은 그곳을 찾는 외지인이 아니라 그곳을 살뜰히 가꿔오고 지켜온 지역의 경쟁력일 수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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