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윤의 회고전이 내년 1월14일까지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윤은 울산 울주 출신의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이다. 그가 미술에 입문하게 된 것은 부친 오영수와 친누나 오숙희(서울대 회화과 62학번)의 영향이라 한다.
오윤은 1969년 서울대 미술대학 선후배였던 오경환, 임세택 등과 함께 ‘현실동인’을 결성하여 리얼리즘 미술운동을 제창한다. 4·19혁명과 5·16쿠데타와 같은 시대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 ‘현실동인’은 모두가 시대의 위악에 숨죽여 있을 때, 용기있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외쳤던 움직임이다. 전시는 비록 무산되었지만, 이들의 아방가르드 정신은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을 비롯한 미술계의 기성 작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미술대학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파급됐다.
비록 40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한국미술사에 있어 오윤은 민중미술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는 판화, 삽화, 표지화를 비롯하여 정치적 민주화 운동 및 투쟁을 지원한 포스터와 대형 걸개그림들을 제작했다. 오윤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작품의 양식 자체보다 서민적 취향과 지향성, 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의 탐구일 것이다.

오윤은 판화의 선구자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날카로운 칼맛의 선을 통해 형식과 내용의 탁월한 통일을 보여준다. 힘 있고 기운생동하는 그의 칼맛은 그것이 오윤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게끔 한다. 작품에서 ‘12세면 숙녀예요’라는 문구는 이미 사회 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소녀들에게 소비욕구를 충동질하고, 이를 포장하는 자본주의 광고 미학에 대한 비아냥거림이다.
이번 울산회고전에서는 판화, 유화, 드로잉, 테라코타 등 30여점과 아카이브 자료, 그의 작업칼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