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21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 ‘특허 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인정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법안은 이미 17대 국회 때부터 계류 중인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거의 성년이 되어가고 있다. 역시나 이번 달 22일 예정되었던 소위원회도 다음 달로 연기되는 등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단체들의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16년 묵은 이 문제를 단순히 변호사와 변리사의 직역 다툼으로만 정의하여 소위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일면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더욱더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벤처기업 관련 단체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변리사의 특허 침해소송 공동대리권 부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성명서는 “변호사 단독으로는 복잡한 기술 관련 특허분쟁의 신속 처리가 어려워, 기술·특허 전문가인 변리사와의 협업은 필수”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뿐만이 아니라 그간 기업계, 과학기술계에서는 꾸준히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인정에 줄곧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유럽·일본·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특허 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단독대리 또는 변호사와의 공동대리를 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변리사법에 규정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마저도 대법원이 축소해석하여 부정”하고 있는데, 이 점은 다른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어서 별도로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겠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몸이 아프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양방병의원과 한방병의원을 들 수 있다. 누구든 느꼈겠지만, 양방병원 혹은 의원에서 치료받다가 한의원에 가서 진통제를 먹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한의사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반대로 부항 자국을 정형외과에서 진료받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의사한테 한 소리 듣게 된다. 웃기려고 한 소리로 대부분은 그렇지 않겠지만, 두 의료진은 으레 다른 진료방식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어느 정도는 있다. 최근에는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양방 한방 협진병원이라는 것이 생기고 있는데, 두 의료기관의 서비스를 눈치 보지 않고 동시에 받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변리사와 변호사 두 자격사의 협업으로 소송대리를 한다면 소송당사자로서는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 및 지식재산법 전문가와 일반소송전문가가 협업한다면 소송당사자로서는 열역학 법칙이든 소송이론이든 마음대로 물어가면서 승소의 길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특허 침해소송 대리권 자격부여 문제는 과연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 것인가? 변리사인가 변호사인가? 둘 다 아니다. 침해소송의 당사자인 발명자와 기업 등 지식재산권 권리자와 이해관계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들을 보조하는 대리인 역할을 할 사람에게 직접 물어볼 것은 아니다. 대답이 뻔할 테니.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직접 목소리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지방에서 소송대리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주로 큰 소송은 서울의 큰 법인에서 맡게 될 터이니, 지방의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리사에게 현실적으로 크게 득 될 것도 없다. 변리사든 변호사든 지역에서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지방의 기업이나 발명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기술패권 시대에 특허는 조선 시대로 치면 천자총통(天字銃筒)에 버금간다고 할 정도로 핵심무기이다. 과학기술과 소송기술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기업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당위이다.
우리 집에서 계란말이를 만들 때는 항상 필자가 나선다. 이전에 TV 방송에서 배운 소위 ‘황금레시피’를 따라 한 것인데, 달걀에 파마산 치즈, 마요네즈, 소금을 넣고 저은 후 두 세 단계로 나누어 말면서 구워 완성한다. 한두 번 하다 보니 계란말이는 필자가 전담하게 되었다. 계란말이의 핵심 기술은 외주면이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안이 촉촉하되 잘 익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익기 전에 감아야 말 수 있다. 덜 익었을 때 말면 그것도 안 된다.
음식이든 뭐든 잘 알고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