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립미술관이 오늘 1월6일 개관한다. 그동안 시립미술관이 없는 유일한 광역시라는 오명을 이제 모두 벗게 된다. 울산만의 도시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독특한 정체성을 살리는 ‘울산시립미술관’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개관을 앞둔 미술관을 보면서 그동안 힘들여 매진했던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20여 년 전, 시립미술관 중구유치 활동 당시의 소망과 개관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미술관은 예술인이나 전문 미술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공공미술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충분히 준비했겠지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울산의 미술사 정리도 필요하고 시민 교육과 다양한 주제를 가진 전시 및 국제교류, 울산 시민이 주최가 되는 미술제를 검토했으면 하는 주문을 해본다.
특히 울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나타낼 만한 고유의 브랜드를 가진 이름이 있어야겠다. 정명(正名)과 정명(定名)은 울산시립미술관의 성격과 정체성, 콘텐츠 등을 제대로 규정하게 될 것이고 외형의 미술관보다 그 속에 채워질 소프트웨어와 속살을 제대로 채우기 위한 시발점이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하나 더 욕심을 부리자면 시립미술관 개관 이후 북구와 동구, 울주권 등 지역별 분관까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비록 전국 광역시 중에서 마지막 시립미술관을 개관하지만 울산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울산의 특징과 문화 역량을 선보일 미술관이 되는 일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운영을 위한 조직 구성은 끝났지만 중구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 구민들을 채용하고 교육해 도슨트로 활용하거나 실무 스태프에 참여시키는 일도 잊지 말아야겠다. 이는 일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미술관, 시민이 만들어 가는 미술관 그리고 애향심 고취와 미술애호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지역민의 미술관 도슨트, 지역민의 미술관 안내와 지킴이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미술관 외관도 그렇다. 성냥갑을 쌓아 놓은 것 같다는 비판부터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지적까지 많은 시민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개관 특별전을 계기로 시민들에게 좀 더 친절한 설명을 해 줬으면 한다. 건축물이 갖는 단순미와 상징성 등 울산시립미술관의 특징과 장점에 대한 해설부터 동헌과 객사(터)를 품은 울산의 역사공간임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이다. 건축물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것도 미술관의 책무이다. 그래야 시민들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인식하게 되고 자긍심을 갖게 될 터이다.
그동안 순탄치 않았던 건립과정도 침묵으로 덮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초 부지를 놓고 충돌했던 문화의 거리 상인들과 예술·시민단체들의 분열된 여론도 씻어내야 한다. 시와 고위인사들, 전문가들과 미술단체들만 잘 아는 그들만의 미술관이 되기보다는 모든 시민이 수긍하고 자랑하는 미술관이야 말로 시립미술관이란 이름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시민이 주인인 미술관은 그렇게 시작될 것이다. 또한 지역 미술인과 청년작가에 대한 지원사업도 늘려야 할 것이고 청소년 유아들과 일반시민들의 미술 체험도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이제 울산도 시립미술관을 갖게 되어 울산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60년 동안 공업화와 근대화를 위해 희생을 감수했던 울산 시민들에 대한 보상이자 울산의 전통과 문화·예술을 회생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립미술관이 값비싸고 귀한 미술품을 확보하고 전시하는 그런 공간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해 본다.
미술에 조예가 있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미술관 가는 날’을 정하고 싶다. 첫사랑을 만나는 설렘처럼 다소 허영끼를 품고서라도 미술관을 찾고 싶다. 기대는 설렘을 낳고 삶의 활력을 충전시켜 주는 법. 되도록이면 야간 관람이 있는 날을 택해 인파에 방해 받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도 가져본다. 천천히 여유롭게 미술관을 거닐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만큼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김영길 전 울산 중구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