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이 있지만 추락이나 끼임 등 후진국형 산재가 반복되는 데다 이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법 통과 이후 고용노동부는 시행에 대비해 가이드북, 해설서까지 마련하면서 기업들이 안전관리 구축 등 법 시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면책조항이 없는 점, 애매한 법 조항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가 최근 해설서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그 의무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나 범위는 여전히 모호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로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어느 정도로 해야 적정한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당장 법 시행 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난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징역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나름 적정하게 안전관리 구축을 했음에도, 어느 정도까지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노동계에서도 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전체 산재사고의 70%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정작 법 대상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산재 예방을 위한 목적의 법이 시행되더라도 사각지대가 여전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또 주 52시간제처럼 각종 꼼수가 판칠 우려도 적지 않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 사업장 쪼개기는 물론이고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한 안전관리책임자나 바지사장이 나타날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산재 예방이지 처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