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경찰청 청사 지하 1층에 자리잡은 행복이발소. 15㎡(약 5평) 규모의 작은 공간에서 올해로 6년째 이발사로 근무중인 김영수(80)씨는 얼마 전 귀한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됐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지난해 연말 부임한 김광호(58) 울산경찰청장. 김 청장이 결혼했을 당시 1993년 5월8일을 끝으로 헤어졌던 두 사람은 이후 28년만인 지난해 12월17일 김 청장이 고향에 오면서 재회했다.
김 청장과 김씨의 인연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이 경주인 김씨는 1970년 1월에 울산시청 구내이발관 종업원으로 오면서 울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씨는 1970년대말 독립해 남구 신정동 태화로터리 인근 주택가에서 이발소를 개업해 운영했는데, 단골 고객이 바로 인근에 살던 김 청장의 가족이었다.
김 청장의 3형제와 부친(작고) 모두 이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거나 다듬었다. 김씨는 “광호 청장은 중·고교 시절은 물론 서울에서 대학교(서울대)를 다닐 때에도 울산 집에 내려오면 꼭 이발소에 들려 머리를 자르고 올라갔다. 머리도 똑똑했고, 인사성도 참 밝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김 청장 가족의 대소사까지 다 꿰고 있을 정도다. 김 청장이 결혼했을 때 직접 머리를 손질해 준 사람도 김씨다. 하지만 결혼 이후 김 청장이 타 지역에서 공무원 및 경찰관 생활을 하고, 김씨도 2016년까지 38년간 이발소를 운영하고 은퇴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끝이 나는 듯 했다.
그러나 김씨가 몇 개월 뒤인 2017년 3월에 울산경찰청 직원의 권유로 울산청 구내 이발소에서 다시 가위를 잡고, 김 청장이 9년만에 고향에 돌아오면서 극적으로 재회했다. 두 사람이 헤어진 지 28년 만이다.
김 청장은 “처음에는 몰라 뵈었고 긴가민가 했다. 이곳에 계실줄은 정말 몰랐다”며 “알고 나서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눈에 알아봤다. 얼굴이 옛 모습 그대로더라.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며 “어릴때 ‘광호야’라고 부르던 아이가 울산경찰청장이 되었다니 꿈만 같다”고 반가워했다.
김 청장은 “제가 취임후 일성으로 시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마침 이 곳 이발소 이름이 ‘행복이발소’여서 인연이 각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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