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2월17일부터 21일까지 20개국, 82편의 초청작과 경쟁작을 상영하고 막을 내렸다. 개막작 ‘하얀 요새’는 내전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사라예보를 배경으로 전혀 다른 계층과 환경에서 살아온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2021년 3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이란다. ‘청년의 시선, 그리고 그 첫걸음’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영화제를 위하여 울산시는 35편의 단편을 골라 청년제작자들을 지원하였다. 잘 한 일이다. 그런데, 어찌하면 ‘울산국제영화제’를 창대하게 할까?
종합예술은 음악·회화·문학·건축·무용 등 여러 분야의 예술을 혼합하여 창조하는 것이다. 영화·연극·오페라 등이 종합예술이다. 이제 특이하지만 비디오게임도 그 반열에 올랐다. 아직은 단연코 영화가 수위를 차지하지만 비디오게임에 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저변확대를 위하여 청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선댄스영화제’는 이미 이런 일을 적극적으로 해 오고 있다.
세계의 영화제가 1422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영화제는 얼마나 될까? 울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하여 235개다. 국내의 영화제라면 단연, 부산국제영화제를 들 것이다. 주요 영화제 3개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다. 지난 겨울에 처음 시작한 울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 동영상은 조회수가 8500회 정도이다. 이를 널리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산국제영화제의 홈페이지를 보면 배울 것이 많다. 참 잘 짜여 있다. 26회를 했으니 영화제와 더불어 부산을 알리고 부산이 먹고 살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개막식 동영상은 조회수가 21만을 넘었다. 그런데, 국내 235개의 영화제는 어떠할까? 한마디로 빈약하고 초라하다. 만들기는 했지만 지자체나 특정기관의 후원이 없으면 주저앉고 마는 사정이다.
영화의 제작만큼 배급도 중요하다. 928개의 국내 영화관 중에 휴폐업을 제외한 영화관은 648개이며 이 중에 상영을 하고 있는 상설 영화관은 605개이다. 그러나 돈을 버는 영화관은 몇 안 되고 OTT 등에 점점 말라가고 있다. 홈 씨어터도 한 몫 거든다. 국내의 영화제작사는 9267개이며 제작 서비스사는 254개사이다. 이들이 다 어떻게 먹고살까?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 긍지와 자부심 빼면 무엇이 있겠는가? 열정과 열정 페이로 사는 것 같다.
매년 1월 마지막 목요일 저녁, 전야제를 열고 열흘간 개최하는 선댄스영화제는 며칠 전인 1월20일 저녁에 시작했다.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미국 유타 주의 파크시티에 오미크론이 번져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영화광은 비싸지 않은 돈으로 열흘 동안 눈과 목을 혹사시키며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예전에 이 영화제를 가 보았고 좋아하기에 나는 할 말이 많다. 이번에 한국에서 나고 뉴질랜드에서 자란 강 스티븐의 단편 ‘Breathe(브리드)’를 보았다. 감독 자신이 어릴 때 겪은 정체성과 부모와의 갈등 등, 성장통을 15분 정도에 담고 있다. 하 줄리(Julie Ha)와 이 유진(Eugene Yi)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이철수씨에게 자유를(Free Chol Soo Lee)’이 국내(미국)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얄궂은 운명의 한 소수민족이 겪은, 참으로 안 된 인생사다. 2020년엔 ‘미나리’가 여기서 대배심(grand jury)상을 받았다.
‘선댄스 재단’은 별도의 연구소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여 지원하고 있다. 등록하면 누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화장이나 양묘장은 씨알이 역경(逆境)에서 살아나게 한다. 씨 뿌리고 가꾸는 것은 자전거(自轉車)를 타는 것과 같다. 저절로 간다는 수레, 자전거도 타는 방법을 알기까지는 잡아주고 밀어주어야 한다. 야생동물과 달리 태어나서 제 발로 벌떡 일어서지 못하는 인간을 길러주듯이 말이다. 첫발을 뗀 ‘울산국제영화제’를 보고 어떻게 천리만리를 내달리게 할까 염려한다. 힘든 도리깨질에 고개만 끄덕여도 거드는 것이란다. 독목불림(獨木不林)이라 나무 한 그루로는 울산(蔚山; 숲)을 이루지 못한다. 울산시민의 중지(衆智)가 약이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