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는 화재 발생 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또한 각 가구 내 의류, 침구류 등 가연성 물품이 쌓여있어, 한 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가구로의 연소 확대와 연기 확산으로 신속한 대피가 곤란해진다. 특히 상층부로의 연소 확대가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 피해를 키우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12월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의 복도식 아파트 9층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화염과 농연이 상층과, 인접 가구로 확대되면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발생시켰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젖은 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은 후 낮은 자세로 대피해야 유독가스를 피할 수 있다. 아래층에서 불이 난 경우 계단을 통해 밖으로 대피하고 아래층으로 대피가 곤란하면 옥상으로 대피하되, 평상시 옥상의 문 잠김 여부를 확인해 두어야 한다. 만약 인지(認知)가 늦어 옥상이나 계단 대피가 곤란한 경우 무리하게 집 밖으로 탈출하기보단 베란다에 설치된 비상탈출구(경량칸막이)를 파괴한 후 옆집으로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피난 시에는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원이 차단되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내부에 유독가스로 가득 차 위험하기 때문이다. 유독한 연기는 엘리베이터 수직통로나 계단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방화문을 닫아 유독가스 유입을 차단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방화문은 평상시 닫혀있거나, 화재시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야 화재발생시 화염과 연기의 확산을 막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면, 화재가 난 사실을 가족과 이웃에게 알리고 119로 신고해야 한다. 신고시에는 침착하게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위치와 동, 호수를 정확히 알려주고 화재상황, 문 잠김 여부, 갇힌 사람의 유무와 인원, 가스 차단 등의 정보를 신고하면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 질 수 있다.
또한, 아파트 관계인(관리소장, 소방안전관리자, 경비원 등)과 힘을 합해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소화기, 옥내소화전 등을 이용해 초기 진화에 힘써야 한다. 이 시점에 연소 확대의 여부가 결정되는데 대형화재 현장은 대부분 이러한 역할이 없었던 경우가 많다. 관계자가 화재 초기에 직접 사용하는 소화기 한 대, 옥내소화전이 화재가 확산된 후의 소방차 수십 대보다 낫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옥내소화전은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이라 일반 주민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도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우선 복도나 계단참에 설치되어 있는 옥내소화전함 문을 열어 호스를 화재방향으로 연장한 뒤, 관창(노즐)을 잡고 옥내소화전함 내 밸브(수도꼭지)를 반시계 방향으로 열면 물이 나온다.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하면 좋지만, 만약에 혼자 있어도 당황하지 말고 위 순서대로 사용하면 화재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다.
더불어, 아파트 진입로 무단 주차행위는 소방차 출동에 막대한 장애요인이다. 예고 없는 재난사고에 대비, 소방차량 진입에 용이하도록 공간 확보는 물론 주차장내에 ‘소방차 전용주차구역’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고층에서의 화재 시 고가사다리차 등 소방장비가 출동, 인명구조와 진화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단지 한 가정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 지붕아래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평소에도 화재 예방 교육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화재시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주거지역 내의 소방시설, 화재 대비책 등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우리들의 작은 관심으로 위험요인을 알고, 대응방안을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우리 삶의 터전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정호영 울산 울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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