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 온도가 1℃만 높아져도 면역력은 훨씬 강해진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은 저하되기 쉽다. 지금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엔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워 면역력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있다. 대상포진은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시작돼 단순 두통, 근육통 등 다른 질환과 착각하기 쉽다. 이런 대상포진에 대해 이영달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와 함께 알아본다.
◇면역력 저하 때 생겨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즉 원인 병원체는 어린이가 흔히 걸리는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다.
대표적인 증상 역시 수두와 같이 발진이다. 다만 발진이 생기기 2~3일 전에는 신체 특정 부위의 감각이 이상해진다. 또 발진이 생기고 12~24시간 내로 수포가 발생하면서 심한 통증도 동반된다.
대개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 성인에게 발병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젊은층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또 대부분 병적인 증상은 피부에 국한돼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의 경우 전신에 퍼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신경뿌리 염증 치료해야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피부 감각 이상을 동반한 불쾌감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 이런 증상이 2~3일 지나고 보면 해당 부위에 발진이 일어난다. 띠 모양의 가늘고 줄을 이룬 발진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 크기가 커지고 팥알 크기의 수포로 변한다.
발진과 수포는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다른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주로 몸 한쪽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눈에 발생할 경우 시력 저하가 생기고, 골반 부위에 생기면 방광 부위 신경을 손상해 소변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통증 정도도 매우 심해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람에 따라 감각 이상, 호흡 곤란,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영달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는 대상포진이 생기면 초기에는 속이 메스껍고 권태감이 느껴지면서 전신 근육통, 피로, 오한, 두통 등 주요 증상이 감기와 매우 유사하다”며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지만, 요즘은 일교차가 커지는 계절에도 자주 발생해 겨울에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스스로 감기로 오진하는 때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문의는 “대상포진을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생각해 참는 사람도 있지만, 신경 뿌리까지 염증이 발생해 발진과 수포가 생긴 것으로 피부질환 치료가 아닌 조기에 신경 뿌리 염증 치료를 정확히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골든타임 수포 발생 3일 내
대상포진은 피부에 나타나는 눈에 띄는 변화가 매우 특징적이라 증상을 관찰해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다만 면역억제 환자에서는 피부의 병적인 변화가 특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그 모양이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대상포진 치료의 골든타임은 수포가 올라온 후 3일 이내다. 이 기간에 치료하면 금세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늦추면 신경통이 만성적으로 남아 옷깃을 스치기만 해도 따갑고 화끈거리는 고통이 지속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이 전문의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투여가 급성기 대상포진 치료의 표준으로 바이러스의 복제 억제와 확산 기간의 단축, 발진 치유 촉진, 급성 통증의 기간과 정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항바이러스제의 치료가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손상의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문의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하거나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 신경 블록을 시행하는 것이 증상의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방법은 바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과거에 수두를 앓았으나 아직 대상포진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하면 발생 확률을 50%가량 감소할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 백신은 코로나 백신과 상관없이 접종할 수 있다. 독감 백신과도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
이 전문의는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과도한 업무를 줄이는 한편, 적정한 수면과 무리한 운동을 피하는 등 면역력을 저하해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촉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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