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을병연행록>과 <열하일기>를 읽으면서 옛날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봤다. <을병연행록>은 홍대용이 1766년에 북경에 갔다와서 쓴 기행문이고,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1780년에 북경과 열하에 다녀온 기록이다. 옛날에는 말을 타고 다녔다. 말 등에 타거나, 말이 끄는 수레를 탔다. 자동차가 말과 마차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은 100여년 전이다. 자동차는 말이 끌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수레다. 어떻게 보면 말과 수레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예전 여행기록을 보니, 말이 자동차와 다르게 특이한 점들이 있다. “매양 말고삐를 잡고 안장에 앉은 채 졸면서 이리저리 생각을 풀어 내었다.”(열하일기) 졸음 운전이다. 말이 스스로 다른 물체에 가서 부딪치지는 않을테니, 사람이 말에서 떨어지지만 않으면 자동차 졸음 운전 보다 안전할 것 같다. 졸리면 말에서 내려서 고삐를 잡고 걸어가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내려서 차를 밀면서 갈 수는 없지만 말은 스스로 걸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북경 가는 길에, 열하 가는 길에 강물을 많이 건너는데, 배가 없거나 나루가 붐벼서 배를 못 탈 때는 말을 탄 채로 건너기도 한다.
한 번은 혼자 운전을 하며 퇴근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뒷자리에 사람 없이, 트렁크에 짐 없이 2톤 가까운 차를 굴려서 가고 있다. 옛날로 치면 말 뒤에 무거운 수레를 매어놓고는 혼자 말을 몰고 가는 거다. 내 한 몸 움직이자고 말 뒤에 빈 수레까지 달고 가네. 자동차는 4인승인데, 겨우 사람 한명이 타고 다니는 경우가 태반이다. 편도 4차선에 차들만 빼곡하다. 삼산동에 저녁 모임에 가느라 차를 가지고 가면, 길이 막혀서 오래 걸리고, 약속한 곳에 갔는데 근처에 주차할 자리가 없었던 적도 많다. 말과 수레처럼 개인형 이동장치와 수레를 붙였다 뗐다 할 수 없을까? 동남아시아의 툭툭이처럼?
차를 몰고 다니니 걸을 일도 없고, 차 안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허리나 등이 뻐근하고 몸도 안 좋다. 여러가지 이유로 종종 걸어다녔다. 신정동, 달동, 삼산동 사이는 가까워서 걸어다닐만 했다. 삼산로에는 시내버스가 많이 다니고 차보다 빠르니 버스를 타기도 했다. 그러다가 카카오 바이크를 타보니 시가지에서 다니기에 편했다. 카카오 바이크는 전기 자전거다. 힘들이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쭉쭉 나가는 게 재밌다. 공용 전동 킥보드도 느낌이 비슷할 것 같은데, 타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카카오 바이크는 주위에서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나중에는 전기 자전거를 한 대 사서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더 나중에는 자전거를 레포츠 삼아 탔다. 이동 목적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운동 삼아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됐다.
자전거를 타보니, 도로가 참으로 자동차 위주로 돼있다는 걸 알겠다. 요즘 전기 동력 이륜차, 전기 자전거, 전기로 움직이는 개인형 이동장치들이 다닌다. 이들 작은 전동 교통수단이 많아지면 시가지 도로가 막히는 것이 줄어들고 자동차 배기가스도 줄어들 것이다. 자전거가 레포츠용 뿐 아니라 생활교통수단으로 더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도로가 개선됐으면 한다.
박원빈 강남동강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