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61)]안동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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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61)]안동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2.02.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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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탑이 맞나요?” 적석탑의 사진을 이리저리 찍던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하긴 자연석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이 조형물을 처음 보면 누구나 같은 물음을 갖게 된다. 우리 동네 은현리 적석총과도 비슷하고 고구려 무덤인 장군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익히 보아온 전형적인 석탑은 아니다. 안동에 많이 남아 있는 벽돌로 쌓은 전탑이나 영양의 모전 석탑과도 계열이 다르긴 하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나 유골을 넣어야만 탑이 아니다. 다섯 단의 이 방단형 석탑은 부처의 덕을 찬양하기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건립되었다. 각층마다 크고 반듯한 판돌 4장으로 면을 이루게 한 뒤, 그 안을 주변에서 가져온 막돌로 채워 넣었다. 계단 모양으로 쌓아 오층을 이루고 있는데 위층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다.

북후면 석탑리라는 뚜렷한 이름이 석탑의 역사를 말해준다. 뒤쪽에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절 석탑사가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하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느티나무 한 그루도 석탑을 지키고 있다. 노거수가 온갖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다 막아 준 탓인지 탑은 산처럼 의연하다.

학가산 석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탑에 전해 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특히 봉황산 부석사 스님 3000명과 학가산 능인선사와의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승려들이 부처님의 덕을 기리기 위해 정진하며 힘을 모아 쌓은 탑이 분명하다. 화강암을 쪼고 다듬어 조형미를 고려하여 세운 석탑만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돌을 맞춰서 쌓아 올린 적석탑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뿜어낸다. 무엇보다 성불하고 싶은 중생들의 바람이 돌 하나하나에 끈끈하게 배어 있다. 이끼 낀 돌 틈으로 석탑사 스님의 목탁소리 스며든 이 탑이야말로 온전한 부처의 집이다. 적석탑은 석탑리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요, 동네의 표상이다. “그럼요, 우리나라에 드물게 있는 귀한 탑이지요.” 잔뜩 의문을 가진 그 남자에게 시원하게 대답한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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