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차간 거리감 떨어지는 ‘짝눈’
상태바
[태화강]차간 거리감 떨어지는 ‘짝눈’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재도 전 경운대 안경광학과 교수 검안학 박사

지난 대선 운동 중에 부동시에 관한 병역면제 문제로 대선후보 진영간에 설전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부동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확인 결과 윤 당선인은 1982년 당시 군대 신체검사에서 두 눈의 시력이 좌안이 0.8, 우안이 0.1의 부동시로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인이 현재 연령상 노안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았을지 의아하기도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짝눈’이라고 하는 부동시는 의학적 정의로 좌우안의 굴절이상도 즉 안경도수 차이가 2D(디옵터) 이상인 것을 말한다. 이것을 시력으로 환산하면 대략 0.6 이상의 차이가 될 것이다. 만일 한쪽 눈의 시력이 완벽한 정시라면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4 이하인 경우다. 부동시는 한쪽 눈으로도 어느 정도 사물을 볼 수 있으므로 생활에서는 아주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두 눈으로 동시에 사물을 명확히 보기 위해 안경을 착용하면 두 눈이 인지하는 물체 크기가 달라지고 걷을 때도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시력교정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시력교정을 하지 않으면 사물의 명확한 인지가 불가능하고 거리감이나 공간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군 생활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시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원인은 유전적인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원인으로 원거리와 근거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눈의 조절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이를 보상하기 위해 한쪽 눈은 멀리 있는 물체를, 다른 쪽 눈은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볼 수 있게 만든 결과이다. 이것은 조절 이상으로 인한 불편함이 있을 때 이를 줄이기 위해 환경에 맞게 인체를 변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시인 사람은 콘택트렌즈나 드림렌즈를 착용하면 안경과 달리 어지럼증은 없지만, 두통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시가 있는 어린이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으면 부동시는 오히려 증가하며, 사람에 따라 사시나 약시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 각각의 두 눈이 원거리와 근거리를 나누어 사물을 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거리감이 떨어지고 시야도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운전시 앞 차와의 차간 거리에 대한 감각이 낮아져 앞차가 갑자기 정지하거나 끼어드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일상생활에서도 높낮이를 구분하는 능력이 낮고 얕은 턱에 걸려 잘 넘어지는 등 실수가 잦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재바르지 못하고 공 받기와 같은 구기 운동도 어려워해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불편함과 달리 부동시는 노안이라도 안경이나 돋보기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원거리와 근거리의 작은 글씨를 볼 수 있다. 주위에서 나이가 든 분이 안경 없이 멀리 있는 사물도, 가까이 있는 작은 글씨도 잘 볼 수 있다면 부동시일 확률이 아주 높다. 그래서 안경을 극도로 착용하기 싫어하는 노안인 사람들에게는 콘택트렌즈나 라식 수술을 이용해 각각의 눈을 원거리와 근거리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인위적인 부동시를 만들기도 한다.

부동시는 독서, 컴퓨터 작업, 야간 운전과 같은 특정한 환경에 있어서 피로, 두통, 거리감 저하, 시야 협소 등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또한, 부동시는 시력 이상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과 증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력에 문제가 없어도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그에 알맞은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김재도 전 경운대 안경광학과 교수 검안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