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상호보완의 문화생태 도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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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상호보완의 문화생태 도시 울산
  • 경상일보
  • 승인 2022.07.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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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올해 초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현재까지 약 12만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이중 외지인 비율은 30%가 넘는다. 또한 한국 미술계에서도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미술관이라는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

모두가 나름의 문화적 성취 안에서 안주하고 있을 즈음, 타 지역의 한 미술기자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울산에는 시립미술관 외에 어떤 미술기관들이 있고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약 10년간의 준비와 많은 시민들의 노력을 통해 근사한 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개관을 준비하며 감내했던 인고의 시간만큼이나 울산시립미술관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던 다른 문화기관들은 시립미술관 개관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을까? 서로가 경쟁관계이면 시립미술관의 문화독점 현상 때문에 관람객 수의 하락이 예상되겠지만 상호보완 관계이면 문화관심 확대 현상 함께 관람객 수의 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다.

울산에는 시립미술관이 있는 중구에만도 약 10여개 이상의 화랑들이 있고 그 외 울산박물관, 문화예술회관, 장생포문화창고, 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등 많은 예술 매개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서로의 협업과 분업을 통해 예술의 보편성과 독창성, 대중성과 실험성이란 역할의 재배치, 정체성의 재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는 근대사에 유례 없는 압축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단기간에 기적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사회를 성취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변화는 다이내믹코리아라는 역동성을 창출하며 세계 속 한류를 태동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 간, 지역 간, 문화 감수성의 불균형을 야기하기도 했다. 엄청난 사회변화의 가속성은 그와 비례하여 세대 간, 문화 가치관과 감성의 간극을 더욱 벌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5년의 세대 차이는 미국에서 50년의 세대 차이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특수성은 우리나라에서 문화행사를 계획하기 전에 하는 문화향유자 감수성 실태조사를 거의 실용성이 없는 행위로 만들어 버린다. 세대 간, 지역 간, 문화 가치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평균 표본을 추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남녀노소, 전문가 비전문가 등, 모든 관람객 층을 만족시키며 세계적인 문화공간의 위상을 성취한 기관은 거의 없다. 조금 세속적으로 표현하면 처음부터 넓은 타깃 층의 향유자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동시대 광속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많은 해외 유수의 문화기관들은 현재지향의 문화향유자, 혹은 미래지향의 문화향유자 등, 특정 향유자 층을 메인 타깃으로 문화를 생산, 유통시키고 시간을 가지고 점점 향유자 층을 넓혀가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처음부터 단 기간 안에 모두를 포용하는 것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시간을 가지고 모두를 포용하는 효율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현재 울산지역에서 문화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립미술관은 울산의 문화생산 주체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서로의 비전과 주 관람객 등, 다양한 정보를 교류, 공유할 것이다.

동일한 비전을 추구하며 동일한 취향의 관람객들을 한정된 영역 안에서 나누어 취하는 경쟁구도는 지양되어야한다. 서로 차별화된 비전과 함께 다양한 취향의 관람객들을 무한영역 안에서 공유하는 상호보완의 구도가 조성되어야한다. 그래야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나아가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 중심도시 울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 비전 아래서 또한, 문화위계가 없는 다양성 안에서 상호호혜의 생태계가 기반이 되어야지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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