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63)]칠석날 견우직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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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63)]칠석날 견우직녀에게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8.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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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견우의 노래’ 일부(서정주)



장마는 끝났지만 태풍이 오락가락하면서 비를 뿌리고 있다. 내일 모레면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七夕)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3월3일(삼짇날), 5월5일(단오), 7월7일(칠석), 9월9일(중양절) 등 양(陽, 홀수)의 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吉日)이라고 생각했다. ‘칠석(七夕)’은 음력 ‘7일 저녁’을 말한다.

칠석은 중국의 <제해기(薺諧記)>에 처음 나타난다. <제해기>는 한대(漢代)의 괴담을 기록한 책이다.

견우와 직녀의 상봉은 오작교(烏鵲橋)에서 이뤄진다. 오작교는 까마귀들이 은하수에 모여 서로 몸을 이어 만든다는 다리다. 예로부터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있는데, 까마귀가 모인 것 같은 질서없는 무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오합지졸들이 해마다 다리를 만들고 견우와 직녀의 상봉을 이뤄낸다. 이 날이 지나면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가 벗겨진다고 한다. 견우와 직녀의 발에 밟혀 벗겨진 것이라고 한다.

은하수는 은빛 강처럼 보인다고 해서 은하수(銀河水)라고 불렀다. 어떤 사람들은 ‘미리내’라고도 불렀다. 미리내는 용(龍)의 옛말인 ‘미르’와 내 천(川)이 합쳐진 말이다. 은하수는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헤라가 잠들었을 때 몰래 젖을 물렸는데 놀란 헤라가 헤라클레스를 밀쳤다. 사람들은 이 때 뿜어져 나온 것이 젖이라고 생각해 ‘밀키웨이(Milky Way)’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직녀에게’ 일부(문병란)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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