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6.3% 급등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올랐다. 1월과 2월 3% 후반대에서 머물다가 3월과 4월은 4%대, 5월은 5%대, 6월에는 6.0%까지 올랐다. 울산의 경우 2008년 8월(6.3%) 이후 14년만에 가장 높은 6.1%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7%를 웃돌 것이란 우려도 있었는데 그나마 상승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최근 “현재의 유가 흐름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물가의 상승률은 둔화 추세에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들은 당분간은 6%대 고물가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소비자물가가 가장 피부에 와닿은 품목은 역시 밥상물가, 외식물가다. 특히 지난달은 폭염과 함께 잦은 비가 이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25.9%나 급등했다. 배추 가격은 1년 새 72.7% 뛰어올랐고, 상추(63.1%), 시금치(70.6%)를 비롯한 잎채소와 오이(73.0%), 파(48.5%) 등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축산물도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를 중심으로 6.5% 상승했다.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4%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6월(3.9%)보다 0.8%p나 더 올랐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상승 폭도 2개월 연속 최대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해지면, 경제 주체들이 오른 물가 눈높이에 맞춰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상승률을 고려해 가격도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 단계 높아진 물가가 내려가지 않고 굳어질 수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소비침체와 기업투자 위축을 초래해 전체적인 경제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올해는 추석이 예년 보다 빨리 오는만큼 8월 물가는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꺾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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