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한명의 아이도 포기않기위한 농어촌기초학력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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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한명의 아이도 포기않기위한 농어촌기초학력지원센터
  • 경상일보
  • 승인 2022.08.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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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대학생 멘토로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했을 때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대하면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한동안은 ‘이 일을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제가 선택한 역할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아이들도 차츰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경험하면서 저도 함께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휴사회적협동조합이 롯데삼동복지재단 후원으로 진행한 ‘울주군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대학생 멘토링 2차년도 지원사업 수료식’에서 멘토 대표로 나선 대학생 소감 일부다. 차분하게 발표하는 내용을 경청하면서 어두운 밤하늘 아래 밝게 빛나는 불빛을 발견한 것 같았다. 사회보장 전달체계가 취약한 농어촌마을까지 들어와서 우리 아이들을 보살펴준 청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한편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아이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농어촌마을과 일부 공단지역은 더 심각하다. 부모들의 이중언어 체계에서 언어지체 현상이 나타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비율도 상당하다. 교사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서 감정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따돌림을 겪기도 한다. 전문기관에 보내려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마을 인근에는 마땅히 보낼 곳도 없다.

휴사회적협동조합 보고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과 청소년 구성에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조손·한부모·장애인·다문화가정 아동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대개의 아이들이 취학 전·후로 체계적인 학습지도를 지원받지 못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고학년임에도 한글을 익히지 못해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현실이다. 당연히 영어 과목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농간의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서생면의 경우 지역아동센터에서 민간기업 지원을 통해 29명의 취약계층 아이들을 챙기고 있지만. 이외의 아이들은 본의 아니게 포기되고 있다. 취약계층이 아닌 아이들이 취약계층 아이들보다 더 취약한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도 외면하는 산업도시 울산의 외진 마을. 주로 도심을 대상으로 설계된 공교육 체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농어촌에 거점을 둔 기초학력지원센터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마침 울산교육청에서 난독, 경계선 지능, 학습, 정서 심리 분야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13개 민간 전문기관과 기초학력지원센터 연계 위탁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 협약을 통해 학교 차원의 한계를 넘어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연결고리가 농어촌마을까지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노옥희 교육감께서는 우리 마을 아이들의 삶이 포기되지 않도록 좀 더 섬세하게 살펴봐 주시길 당부 드린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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