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만 4세 학부모가 바라본 ‘만 5세 입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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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만 4세 학부모가 바라본 ‘만 5세 입학 논란’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2.08.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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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현주 정경부 차장대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논란 속에 8일 결국 사퇴했다. ‘만 5세’ 취학 추진방안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부총리직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지난 열흘간 다른 이슈들을 덮어버릴 정도로 파장이 컸고, 출퇴근 길에 접한 대부분의 시사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었다.

‘만 5세 초등학교 취학’은 어찌 보면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이슈였다.

만 4세 아들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박 장관의 사퇴 표명을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 4세라면 아직 혼자 화장실에 가서 대변 처리도 못 하는 것은 물론, ‘알림장’ ‘화장실’과 같은 기본적인 한글 단어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태반이다.

성인이 된 이후라면 한 두살 정도야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 단계는 1년이 아니라 몇 달 사이에도 차이가 뚜렷한 만큼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런 정책을 쉽게 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부는 조기에 국가가 개입해 학생간 학력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찍 학교에 입학한다고 해서 과연 학력 격차가 줄여질까. 오히려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학교 입학을 1년 앞둔 학부모들은 한글은 물론 영어와 수학 등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다. 만약 입학연령이 1년 빨라진다면 만 4세 아이들조차 이런 사교육 대열에 일찍 합류해야 할지도 모른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치원 교실은 누리과정 중심으로 영역별 놀이 활동을 위한 교재, 교구 등으로 구성됐지만, 초등학교 교실은 학업을 위한 공간이다. 흥미와 관심에 따라 교재·교구를 만지며 좀 더 세상을 탐구하고 흥미로운 놀이를 즐겨야 할 어린이들이 1년 더 일찍 입시경쟁 속으로 내몰리게 될 뻔했다.

이번 실패는 비전문가에 의한 아이디어 차원의 교육정책 제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향후 교육부 장관 임용시에는 보다 교육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임용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박 장관의 사퇴에는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려고 한 탁상행정과 그 바탕에 깔린 독단적 태도가 문제였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는 첨단산업 인재 양성, 학제개편안, 고교학점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차기 교육부 장관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석현주 정경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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